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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리 May 22. 2024

불안을 인정하기

불안은 당연한 감정이다.

태어나길 의존적인 성향을 많이 가지고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내면에는 항상 어딘가에 의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학생 때는 친구, 성인이 되어서는 주로 남자친구에게 의지했고, 취업을 하고 독립을 하게 되면서는 회사에 의지했다.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못했고, 의지할 대상이 하나하나 사라질 때마다 극도의 불안이 찾아왔다.


의존적인 욕구가 강한 반면 나 이외의 다른 것(월급, 우정, 사랑)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외부의 환경이나 타인에게 통제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홀로서기 위해 노력했다. 내 안의 불안이란 감정을 꾹꾹 누르며 울고 불면서 불안한 상황에서 나의 힘으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불안을 잘 느끼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항상 내 안의 불안을 무시하고 부정해 왔다. 그러다 문득 혼자가 되어도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극도로 불안한 상황일지라도 도망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의 역치가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괴롭게 했던 한 가지 문제의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는 넘쳤으나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내면의 힘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의지와는 다르게 믿고 의지 할 사람이 필요했고, 인간관계에서 중간이 없었다. '모' 아니면 '도'.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나는 '완전한 믿음' 아니면 '빠른 손절'이라는 판단으로 대인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믿고 싶었던 친구나 애인과의 관계가 어긋나면 크게 상처받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나는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가 매우 극단적이었다. 나의 기준이 없으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힘들었고, 홀로 서는 힘이 부족하니 한번 믿어버리면 지속적으로 나에게 상처 주는 관계일지라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다.(상처를 받고 있다는 인지도 하지 못했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나는 자꾸만 '내가 더 잘했다면, 내가 더 배려했다면 좋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문제를 나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관계에서 내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을 발견했다.




이 관계를 끊어내면 또 많이 불안하고 힘들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나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관계라고 판단하고 끊어내었다. 그런데 막상 생각보다 불안하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오히려 무엇이 문제인지 잘 판단했고, 나를 지켜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뻤고, 더 이상 예전만큼 불안하지도 않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하다. 새로운 환경이 두려웠기 때문에 혼자서 어떤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불안했는데, 회피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하며 극복해 왔던 것이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타인의 경계와 나의 경계를 서로 존중하며 도움을 주고받아야 건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나를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던 친구들과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버텨내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고, 자립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항상 불안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불안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누구도 어찌할  없는 부분까지 염려하며 완벽한 안전을 얻고자 하는 , 멸균공간에서 냉장되어 살아가길 바라는 것과 같다. 삶의 안정감은 불확실을 완벽하게 제거해서 얻어지는  아니라 불확실과 맞서며 얻어진다.

출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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