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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Nov 30. 2024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

올해 첫눈을 보며 든 예전 추억 하나

매년 12월이 되면 화~악 추워지고 눈도 많이 내리곤 했던 거 같습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구나 싶은 마음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그래도 잘 지내 보내는 거 같은데, 올해는 11월 막판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처음 겪어본 거 같습니다.


뉴스에서도 보니깐 11월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117년 만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그 바람에 출근하다 꽈당 넘어져서(넘어지자 아픈 것보다 창피해서 후다닥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가긴 했습니다만) 어깨가 좀 아픈 채로 겨울을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


아는 지인분도 출근하시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시고 놀라서 정형외과에 찾아가 보셨는데, 병원에 그런 낙상 환자가 하도 많아서 특별히 외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의사가 "지켜보자"며 간단히 약만 주고 보냈다고 하더군요...


암튼... 저는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을 보면 10여 년 이전에 7년 정도 전원주택에 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아파트에서는 주말 같은 경우엔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는 것을 보면 "아~ 예쁘다"라고 감상하며 따뜻한 커피 한잔 들고 거실에서 밖을 보며 여유를 부리기도 하지만, 전원주택에서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전원주택지 주택도 그렇겠지만, 제가 있던 곳은 농가들이 모여 있는 곳 한쪽에 있는 전원주택이어서 그 농가들의 장년들 중 제가 10여 년 전에 그래도 40대 중반이었지만 그 동네에서는 아주 어린 편에 들어가다 보니 주말에 눈이 오면 새벽부터 나가서 열심히 마을 앞까지 쓸어야 했습니다(그래야 차도 나가고 1시간에 한 번씩 오는 마을버스도 들어오니깐요)


며칠 전 2일간 끊임없이 쏟아지던 눈과 같은 때에는 이게 끝이 없어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께서는 하시다 "아이고 허리야"하시며 하시는데, 눈치도 보이고 이 골목길의 눈이 얼어버리면 정말 차가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니 방법이 없더라고요... 계속 쓸고 어르신들 몰래 염화칼슘 뿌리며 눈을 치우는 거지요(농가의 어르신들은 염화칼슘을 뿌리면 이게 소금과 같은 성분인지라 텃밭들과 밭들이 상한다고 좋아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안 보실 때 몰래 열심히 뿌렸지요 ^^:)


지금 생각해 봐도 전원주택에 들어가 살면서 참 좋은 추억들도 많고 즐거운 것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건 이 눈 오는 날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예쁘게 내리는 눈을 보며 무심코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네"라는 말이 입에 달고 살았던 거 같아요.


오랜만에 그 예쁜 쓰레기 덕에 넘어지기도 했고... 잠시 옛날 추억에 잠기기도 한 거 같아요.


이제 이런 눈을 보며 몇 달간 겨울을 지나야 할 텐데...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예쁜 쓰레기의 불편함도 잘 이겨내시고, 예쁘긴 하니까 그 예쁜 쓰레기가 주는 멋진 모습도 누리시면서 모두들 행복하세요~~~ ^^


붉은 단풍나무잎에 아직 그대로인데 눈이 소복히 덮혔네요 ^^
눈꽃이 소복하게 쌓인 나무들이 예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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