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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우 Nov 09. 2022

초등학교 동기들의 울릉도 회갑여행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친구들 모두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답고 멋진 중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회장고 있는 여자 동기가 울릉도 저동의 펜션에서 한 인사말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합천 황매산 자락의 대기초등학교를  49년 전에 졸업한 부산 동기들이 울릉도로 회갑여행을 갔다.

년에 한두 번도 자동차를 보기 힘 벽지학교로 학창 시절 강냉이죽, 밀가루 빵, 우유 등을 무상으로 배급받아먹던 배고픈 시절의 추억이 생생하다.  전 학년이 학년 당 한 반밖에 없어 같은 교실에서 6년을 동고동락했기에 우리의 우정 각별하다.


 회갑여행하여  몇 년 단체 적금을 넣 해외여행 기금을 조성해 놓았건만 팬데믹이 우리의 꿈을 앗아버렸다. 기금 조성 시작 때부터 여행 날짜와 목적지까지 정해 놓 큰 기대를 하며 기다렸었는데 3년 간 계속된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친구가 환갑과 진갑이 다 지나버렸다.

더 늦기 전에 코로나 상황이 좀 좋아진 틈을 타서 해외는 아니더라도 울릉도와 독도로 함께 여행을 떠났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호미곶의 해맞이광장,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환호공원을 돌고 저녁식사 후 울릉도행 크루즈를 타기로 하고 아침 일찍 부산에서 출발했다.

회갑 여행을 떠나는 나의 마음은 초등학교 시절 통영과 한산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때처럼 설렜다.


초등학교  우리 동기개교 이래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시외버스를 타려면 산길로 10여 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대절한 빨간색 시외버스가 우리를 싣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는 것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가슴 설레고 신기했는지 모른다.  열악한 벽지 농촌 사정으로 인해 관광차 대신 값싼 시외버스를 대절해서 통영과 한산도로 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전기 기술자들이 들판에 전봇대를 세우고 집집마다 전선을 가설한 후 약속된 날짜에 전등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말똥말똥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던 그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한 순간이다.


세상을 살면서 친구는 중요하다. 사회생활 속에서 여러 부류의 모임이 있지만 철부지 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쩌면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친구이기에 가족처럼 형제처럼 느껴지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우리 초등학교 입학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이승복 군의 이야기가 매스컴에 파다하게 보도되던 1968년이다.

동기들의 초등학교 입학 나이는 7에서부터 10까지 차이가 많지 모두 친한 친구이다.  그때만 해도 취학통지서 없, 이 골골짝 이 동네 저 동네에서 산 길이나 논두렁 길로 학교를 다녔던 터라 대체로 늦게 입학을 했었다. 이웃집 친구가 입학하면 따라가기도 하고, 형님 누나를 따라 학교에 가서 이름만 올리면 입학이 되었다. 나도 동생과 나이 차이는 세 살인데 한 학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우리 동기들은 초등학교 전체 동문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모임이 잘 된다. 매 년 5월에 열리는 총동창회 한마음 체육대회 때면 전국 친구들이 고향에 모여서 1박 2일 동안 함께 우정을 나눈다.  


모교가 폐교된 후 강산이  번이나 바뀌었지만 모교 교정에서 매년 개최되는 총동창회 한마음 체육대회는 동문 모두가 학수고대하는 행사다. 경향각지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은 거의 다 참석하여 한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버이날을 대신하여 시골에 계시는 노부모님도 찾아뵙고, 황매산 철쭉제도 구경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어서 더더욱 참석률이 높다.

지독한 팬데믹으로 인해 이 행사도 3년 연속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포항, 강릉, 묵호, 후포서 출발하는데 기상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에서 발이 묶여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난해에 개통된 크루즈 덕분에 웬만한 풍랑에도 뱃길이 막히는 경우가 잘 없다.  지금 건설 중인 공항이 완공되는  2025년이 되면 비행기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울릉도는 화산형인데도 물이 풍부하다. 봉래폭포에서는 떨어지는 물의 양을 보면 조그만 섬에서 어떻게 그 많은 물이 끝없이 나오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봉래폭포의 물이 바다 밑에서 솟아오른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관광차 기사의 말이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물의 양으로 봐서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바닷가로 난 순환도로 주변으로 곳곳에 신기한 기암괴석들이 많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울릉도를 찾는 것은 독도 구경을 하려는 이유도 있으리라.

독도로 가는 배 풍랑이 하면 운행을 하지 않고, 독도까지 가서도 접안하지 못하고 돌아온다고 한다.

친구들 중에서 여자들을 중심으로 멀미를 많이 했지만 운 좋게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다행이다. 


여행은 때나 장소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고 스스로 어떤 의미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때늦은 회갑여행이지만 릉도와 독도에서 그 옛날 소꿉친구들과 함께 천진난만한 철부지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던 2박 3일의 시간은 오랫동안 멋진 추억으로 남으리라.


모교 한마음축제에서 축하공연으로 앞쪽 가운데가 필자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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