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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삼부르 가는 길

( 9/12 금 )

by 시인의 숲

삼부르는 어떤 곳인가!


삼부르는 반사막 지역으로 나이로비에서 약 350km, 차로 6~7시간 정도 걸린다. 삼부르 국립보호구(Samburu National Reserve)가 유명하다. 길에서 동물들을 볼 수도 있고, 붉은 흙과 가시나무가 많으며 건기와 우기가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창문 너머로 스쳐가는 메마른 대지 위에도 생명은 있었다. 르완다에서 내가 본 거리 풍경처럼 물통을 들고 물을 길으러 가는 아이도 보이고,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앉은 사람들의 웃음도 보인다. 복음이 아직 깊이 닿지 않은 땅,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신 땅이었다.




나이로비를 벗어나 얼마쯤 갔을까! 거리 풍경이 확 바뀌었다. 거리에 쓰레기가 엄청나다. 마치 바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자기들끼리 모여 모여 또 다른 길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르완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 입이 떡 벌어졌다. 동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로 꼽히는 케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러나 거리의 노점상이나, 상점들이 진열해 놓은 물건들은 매우 싱싱하고 다양하고 풍성해 보였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에게는 이것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협곡과 적도를 지나다


8,000피트 협곡에서
여기는 적도


가는 길에 협곡에서 잠시 내려 휴식을 취했다. 나무 난간 끝에서 남편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바로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고 열대우림의 우거진 수풀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난간의 나무가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참 태평스럽게 웃는 모습의 사진 한 장을 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 "Equator 0"라는 표지판옆에 멈췄다.

이곳이 적도라고~!!!

한쪽 발은 북반구에, 한쪽 발은 남반구에...

마치 세상의 균형을 가르는 선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적도를 기점으로 공기의 기류도 바뀌는 듯했다.

이 길 끝에 삼부르가 있다.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톰슨스 호텔 레스토랑


영화 속 주인공처럼


톰슨스 폭포가 있는 호텔 레스토랑은 자연 속에 묻힌 궁전 같다. 어느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도 모두 화보가 된다. 김주경 사모님을 주인공으로 영화 한 편 찍는 것 같은 분위기다. 저 문의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면 진한 커피 향이 진동할 것 같다. 폭포 구경을 하려고 정원에 나갔는데 갈 길이 바빠 먼발치서 바라보았다. 사실, 흙탕물이 절벽을 향해 떨어지긴 하지만 대단한 폭포라고 하기에는 그냥 그랬다. 나름 관광 명소라고 해서 사진 몇 컷 찍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박이 쏟아지다


아프리카에서 내리는 비는 특별하다.


비가 내리는가 싶으면 금세 돌변해서 소낙비가 된다. 그 모습은 마치 기세를 몰고 쳐들어오는 기병들의 아우성 같다. 그러나 비는 또 언제 내렸나 싶게 그칠 것이므로 걱정할 건 없다. 그렇지만 아프리카의 천둥과 벼락은 그야말로 살벌하다. 내가 르완다에서 익히 경험했던 바가 아닌가.! 비가 심해지는가 싶더니 후드득후드득 우박이 눈처럼 쏟아진다.


레스토랑 천정에서 여기저기 비가 새기 시작한다.

머리 위에도, 테이블 위에도...

"This is Africa"

" 와, 우리에게 이런 선물도 주신다.~~"

박민부 목사님의 이 한마디에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정말 그랬다.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의 실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가까이에서 땅에 쌓이는 하얀 결정체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우박은 내리는 비에 녹아 금방 없어졌는데 재빨리 찍어 둔 사진 덕에 생생한 현장을 남길 수 있었다.





포즈를 취해주는 낙타


길에서 심심찮게 여러 동물들을 보았다. 낙타, 젖소, 양, 염소, 얼룩말, 바분(개코원숭이), 그리고 나뭇잎을 유유히 따 먹고 있는 낙타는 카메라를 향해 포즈도 취할 줄 안다. 승용차 안에서 연신 셔터를 눌렀는데 정말 생경한 모습이다. 이것이 케냐구나~!!!





삼부르의 늦은 풍경


어둑해진 마을 어귀는 여느 시골 마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센터가 있는 <선교사의 집>은 길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었다. 저녁메뉴로 LA갈비와 김치를 선교사님이 준비해 놓았는데 갈비찜을 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나는 늘 프라이팬에서 굽기만 했었는데 회계를 맡고 있는 권선주 팀원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큰 냄비에 넣어서 푹 무르게 끓인 다음 졸였더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부드럽고 너무 맛이 좋다. 한국에서 가져간 낙지 젓갈, 김, 깻잎, 무말랭이, 게다가 누룽지로 후식까지... 배부르고 등이 따신 저녁이었다.


삼부르의 첫 밤


저녁 설거지는 박민부 목사님과 이상현 팀원이 맡았다. 오늘부터 남자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니... 스스로 결정한 이 의견에 박수를^^

한 편 한쪽에서는 선교사님들에게 드릴 선물을 다시 정리하는 모습을 본다. 우간다를 거쳐 이제 케냐와 탄자니아 선교사님들에게 드릴 선물을 다시 정리 중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주님의 마음으로...^^




일행의 모든 일정을 꼼꼼히 짜고 챙기는 공석수 팀원이 저녁 식사 때 좋은 조언을 내게 건넸다. 르완다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말이다.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 그것은 큰 자산이라고 하며... 언어가 서툴러도 적극적으로 나아가라는 용기를 주신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이 글을 쓰면서 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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