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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Mar 13.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19화

가슴으로 따라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

"르완다에는 문화생활을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으니까 음악회에 많이 참석해 주세요~"라는 광고를 교회 예배 시간 때 들었다. 음악회라니~!!!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르완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라니까 안 가면 손해 볼 같은 그런 예감도 들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늘 이것이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하루 전날 토마스 선교사님 사모님이 음악회 초청장을 보내시며 가실래요? 하고 물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같이 영혼이 휠링 되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내내 아쉬워했을 것이다.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인들의 2024 르완다 음악회를 보러 키갈리 Gacuriro에 있는 르완다 교회를 찾았다. 꽤 넓은 교회 안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작 시간 한 시간 전부터 오픈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어중간해서 토마스 선교사님 댁에 잠깐 들러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올 걸하며 웃었다. 교회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쏟다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 르완다에 있는 외국인이란 외국인은 다 모인 듯싶다. 현지인과 히잡을 쓴 이슬람인들도 제법 보인다. 다행히 맨 뒷줄 자리가 비어 있어서 네 명이 나란히 앉았다. 


이번 음악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프리카 협의회 동부지회, 르완다 분회에서 주최하였다. 르완다 분회 회장님의 개회사에 이어 르완다 한국 대사님의 축사가 있었다. 화면에 태극기가 보이고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가슴에 손을 얹는다. 어디서 이렇게 뜨거운 감정이 솟구쳐오는 것일까. 타지에 가보면 우리 고국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게 된다고들 했다. 그때는 남 얘기 같아서 듣고 흘려버렸던 것들이 정말 현실임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닦았는데도 또 흐르고 닦으면 또 흐른다. 내 속에 이렇게 뜨거운 애국심이 있는 줄 나도 몰랐다. 


음악회의 개회 전 월드비전 고등학생들의 춤, 음악회를 관람하는 많은 관람객들


음악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월드미션 고등학교 학생들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특히 어깨 동작이나 손동작 하나하나가 흥겹고 신이 났다. 르완다 특유의 춤 동작이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나도 저들 속에서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연극을 하고 시를 낭송하던 고국의 무대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무대에 서 본 사람들은 늘 무대가 그립다고 하더니 이런 마음인가 보다. 르완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뜻도 모르는데도 몸에 흥이 돋는다. 저들만이 갖고 있는 흥과 끼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국경을 넘어서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온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는 들을수록 가슴이 찡하다. 아리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로 뽑혔다는 기사를 전에 본 적이 있다.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전통 민요를 르완다 땅에서 들을 수 있다니 감격에 젖는다. 크로아티아 Melba Gobac이 부르는 고향의 봄을 들으며 고국의 정서에 흠뻑 빠진다. 고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사람들은 고국이 얼마나 그리울까. 여기저기서 나직하니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3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른 정은숙 선교사님은 목사님 사모님인데 따로 성악 교육을 받지 않으셨다는데도 저렇게 잘하실 수가 있을까! 재즈 소프라노의 감동적인 음색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나는 특히 미국인 Jessica Fonzi의 그리운 금강산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전율이 일어났다. 어찌나 정확한 발음으로 가슴을 콕 콕 찌르며 전달을 하는지 가사 하나하나에 그만 온몸과 정신이 빠져들고 말았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절절한 호소가 느껴졌다.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그리운 금강산, 그 감동의 무대를 동영상으로 올려놓았다. 기뻐하며 경배하세 (Joyful Joyful We Adore Thee) 영광의 주님을 찬송하며 음악회는 무르익어 갔다. 바이올린과 색소폰 연주에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는데 9명의 남녀 화음이 어쩌면 그렇게 조화로운가! 


우리의 삶과 음악은 많이 닮았다. 서로 어울리되 자기의 음색을 두드러지게 하지 않고 하나가 된다. 그래서 멋진 화음이 탄생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면서 르완다 음악회는 국경을 넘어 평화통일을 함께 기원하며 서서히 막을 내렸다음악회가 끝나면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것이 물컹 만져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대한민국, 바로 나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었다. 조국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땅에도 하루속히 안정과 평화가 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토마스 선교사님 내외는 댁이 바로 교회 옆인데도 우리를 집까지 차량으로 데려다주었다. 남편은 차량 안에서 장염으로 고생하고 계신 선교사님의 건강과 하시는 치과 사역을 위해서 기도했다.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늘이다. 부족한 우리를 위해 예비해 주시는 동행의 손길을 느끼며 감사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내가 큰 감동을 받았던 제시카 님의 그리운 금강산, 함께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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