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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Aug 28. 2023

너의 몸은 꿈틀거리는 언어다

함께 부르는 궁둥이팡팡





학창 시절 나는 소극적인 아이였다. 대답을 하고 싶어도 손 한 번 번쩍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 것도 있었지만 행여 답이 틀릴까 봐 용기를 못 내었던 것 같다. 답이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을 텐데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손을 쑥 쑥 잘 드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누군가 나에게 "우쭈쭈~~ 잘하는데 정말 잘하는데"라고 박수를 쳐 주었다.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은 기도였다. 



무엇을 본 걸까! 저 동그란 눈 속에 장난기가 어린다. 너는 뽀얀 앞발을 모으고 새로운 아지트를 정했다.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보호해 주는 딸의 가방 하나가 너의 새로운 지붕이다. 너는 방탄조끼처럼 지붕을 이고 밀착된 공기 속에서 바라본다. 마치 로켓 장착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긴장 모드다. 나는 식탁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탁탁 타닥타닥. 로켓 발사. 


우리는 언제부턴가 마음을 신호로 읽는다. 그런데 가끔 나의 숲에서는 신호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내가 슬프거나 기쁠 때 그날의 변덕지수에 따라 변화무쌍한 기후가 덮는다. 따라서 지지직 거리는 소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때는 그냥 감이 중요하다.  무표정한 얼굴이거나 뚱한 표정을 읽을 때마다 나는 너의 몸이나 눈빛으로 깊은 행간을 읽는다. 


너도 나처럼 가끔 멍 때린다. 때론 함께 멍 때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도 모른다. 네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범위가 대단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 먼 곳의 신호를 낚아 올리는 너의 신비한 세계. 너는 모든 소리를 몸 안에 꼭 꼭 쟁여놓고 그저 야~옹!!!으로 대신한다. 너의 비밀을 몰라 나는 잘 못 읽는 기호처럼 엉뚱한 답을 보낼 때가 있다. 


너는 갑자기 후다닥 일어나 다리를 툭 치고 간다. 기둥에 매달리거나 툭 치고 가는 행위는 장난을 거는 것이다. 너의 부드러운 젤리의 유혹을 어찌 잊으랴. 이것은 친밀한 자에게만 허락한다는 특허받은 마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네가 온 숲을 그리 뛰어다녀도 결코 튀거나 요란하지 않다. 소리를 내지 않으니 언제 다녀갔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한 집에 살아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자세를 언제 배운 것인지 요즘 주인님을 찾는 일이 잦아든다. 그땐 야옹! 하며 소리라도 내면 좋을 것을 아예 숨죽여 있다. 자기를 찾을 때까지 나의 인내를 테스트하는지 납작하게 엎드려 녹아있다. 에고 주인님! 말 좀 하시지! 


이번에는 궁둥이를 들이민다. 너는 내 손맛을 즐겁게 기억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 너의 신호는 귀찮음의 신호다. 반응 없는 나를 재촉하듯 밀어붙이는 궁둥이. 그 표현인즉슨 집사여, 어서 손의 풍악을 울리라는 것 아니겠는가. 못 본 척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오늘은 나도 피곤해, 너처럼 그다지 기분이 짱이 아니거든. 그런데도 너는 한 번 꽂힌 마음에 변화가 없다.  


 에잇, 너 진짜 매운 손맛을 볼래! 


마음은 그랬다만 어찌 그럴쏘냐. 감히 우리 주인님한테 말이다. 나는 자꾸만 닫히는 눈꺼풀을 쳐든다. 주인님을 섬기기란 힘들 때가 있다. 내 마음과 네 마음이 다르니까. 너는 마치 경계선상에 서서 어떤 행동을 막 취할 것 같은 자세다. 팡! 팡! 팡! 팡! 또다시 팡팡팡팡! 폭죽 터지는 소리 들린다. 거실 천장에서 불꽃이 탄다. 너의 꼬리뼈는 더 단단해지고 올라간다 올라간다 궁둥이가. 너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떠서 나를 돌아본다. 느끼하기도 하고 그윽하기도 한 이 신호는 뭐지.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몸을 쭉 늘인다. 바닥을 밀어 올리면 올릴수록 더 높이 더 높이. 


그때의 감정은 어떤 느낌일까. 네가 잘 읽어낼 수 있는 문장은 초록이다. 나는 네가 열어 놓은 숲길을 걸어가며 시를 쓸 것이다. 온몸의 세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네 마음이 활짝 열리 듯 나도 닫힌 시의 창고를 활짝 연다. 너의 눈빛에 분명 나는 매료된 거다. 어떤 것에 영감을 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다. 그 이벤트를 위해 이번에는 전보다 부드럽게 토닥토닥 궁둥이를 친다. 흥겨운 가락을 타며 둥둥 두둥 궁둥이 해가 떠오른다.  


너와 나의 케미가 환상적이다. 너는 내 시 속에 들어앉아 한동안 식빵을 구울 것이고 나는 그 색깔과 냄새에 취해 시의 문장을 긁적이고 있을 것이다. 긴장하는 몸을 펴고 바닥에 밀착할수록 시원하게 펼쳐지는 궁둥이의 세계. 누구나 가끔은 복잡한 생각들을 죄다 내려놓고 늘어지게 한판 뒤를 올려보자. 그렇지 하늘로 하늘로. 온몸의 기운을 빼면 뒤의 세계가 더 선명하게 그려지는 범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슈웅 날아가는 궁둥이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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