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오자 달을 올려다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처음 르완다에 와서 외로움이 짙을 때에도 늘 달을 쳐다보곤 했다. 내가 올려다보는 저 달을 우리 아이들도 보고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저녁 산책을 하면서 올려다본 하늘엔 어제보다 더 둥글어진 달이 떠있었다. 저 달이 완전해지면 추석이 오겠구나. 치우침이 없이 둥글어지는 달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스쳐갔다. 달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처럼 하루하루의 삶이 감사함으로 채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보니 매 순간이 감사인 것을 때론 몰랐다.
말 한마디에도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니까.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말이다. 때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지난 주일 목사님의 설교 말씀처럼 나는 정말 온전한 나일까. 당신 또한 온전한 사람일까. 과연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부끄러운 사람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모서리를 닳게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저 달의 모서리도 그렇게 닳아졌겠지. 눈으로 다 볼 수 없는 것들이 저 속에는 녹아있을 거다. 내가 바라보는 둥근달의 마음을 읽어본다. 온전히 꽉 채운 듯하다가도 어느새 뾰족해지고 그러다가 조금씩 더 넉넉해지는 달의 마음을. 나는 달 속에서 팔순 노모의 얼굴을 본다. 나의 어머니. 김영자 권사님^^그녀의 삶이 이제는 사그라지지 않고 마냥 둥글어졌으면 좋겠다.
르완다에서 맞이하는 명절을 앞두고공연히 마음이 짠해져서 눈물을 훔쳤다.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을까. 이제는 많이 성장해서 내 품에서 떠난 아이들인데도 나는 은근히 그들이 나의 존재를 크게 느끼기를 바란다. 큰 딸이 매일 영상통화를 하는 통에 손녀 이현이가 할미 얼굴을 알아본다. 벌써 6개월이 되어가는 손녀가 뒤집고 되집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할미를 알아보고 싱긋 웃을 때면 얼른 가서 안아보고 싶다.하루의 시작이 손녀 얼굴을 보면서 열린다. 언제나 든든한 아군인 큰 딸 선이 덕분에 엄마 아빠가 이곳에 와 있어도 안심이 된다. 늘 고맙다~~!!!
둘째 딸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다행이다. 나와 남편이 주지 못한 사랑까지 다 챙겨서 주고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서 정말로 감사하다. 우리 막내. 후년이면 7년 동안의 군복무를 다 마치고 전역을 할 텐데 앞으로의 길을 또 열어주시겠지. 추석에도 바쁘다는울 아들 파이팅! 이모티콘을 빵 빵 날리며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들에게 닿기를~!
2024년 9월 15일 추석을 이틀 앞둔 주일. 평소와는 다른 설렘이 있다. 일찌감치 여선교회 톡에는 명절을 맞아 여선교회에서 특별식을 준비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사실, 예배가 끝나고 함께 나누는 식사가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를 것이다. 예전, 교환학생으로 폴란드에 나갔던 둘째 딸은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서 추석에 기차로 3시간이 넘는 한인교회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주일마다 한인들이 모이는 교회를 가지만 딸이 있던 학교는 바르샤바에서 먼 루블린이었으니 동양인이 딱 한 명본인 밖에 없었다고 하니까 한국음식을 사모하는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내가 섬기는 르완다 주사랑한인교회는 코이카나 월드미션등 많은 봉사자들이 왔다가는 곳이다. 그래서 늘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한국에서는 걸어서 20분 안에 갈 수 있었던 교회를 이곳에서는 매주 택시를 타고 간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교회의 고마움을 이곳에 와서 새삼 깨닫는다. 우리를 매주 주사랑한인교회로 데려다주는 택시 기사존은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르완다에서 보기 드문 드라이버다. 우리는 택시를 이용할 땐 늘 그를 부른다. 60대 초반인 그는 매우 유쾌하고 밝은 성격 덕분에 고객도 글로벌하단다.
홍창의 목사님 설교는 은혜가 되고 때론 도전이 된다. 고국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헤아려주시며 목사님이 축도를 하시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얼마나 따뜻한 손길이었는지 기도 중에 눈물을 계속 훔쳤다.
말씀을 전하시는 르완다 주사랑 한인교회 홍창의 목사님
학생과 함께 공과공부를 하는 남편(좌) , 찬양을 인도하는 장경민선교사님과 찬양팀 (우)
9월 첫 주부터 남편은 중등부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남편이 열심히 교재를 공부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를 생각한다. 고국에서도 늘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 있던 터라 이 시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찬양을 인도하는 장경민 선교사님과, 함께 돕는 찬양팀의 은혜로운 준비찬양으로 오늘도 따뜻하고 충만한 예배가 되었다.
오늘의 특별식은 떡국과 잡채다. 떡국을 추석에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을 여기 와서 알았다. 사실 르완다에는 떡이 정말 귀하다. 마침 여선교 회장이 떡 만드는 기계를 구입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떡국은 물론 가래떡, 떡볶이떡. 그리고 각종 떡을 만들어서 주문을 받는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기대되고 먹거리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같은 좋은 날에는 먼저 고국으로 돌아간 이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봉사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그들의 자리에 또 누군가는 온기를 더할 테지만 오고 가는 정이란 늘 애틋하다.인생의 간이역에서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르완다 주사랑 한인교회.이곳에서 봉사임기를 다한 정든 사람들이 귀국할 때면 축하를 하면서도 늘 마음이 허전하다. 그들이 앉았던 빈자리를 보면 무언가 뭉텅 빠져나간 듯하다. 교회에서 담근 양배추 김치를 너무 좋아하던 그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