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무 바쁘지만

그래서 행복해

by 홍진이

3월이다. 집근처 대학교에 학생들이 넘쳐나고, 내가 20대때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생기도 가득하다.


둘째가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 적응중이라 점심시간이 지나고 바로 하원하는 바람에 그 시간에 기숙사로 향하는 많은 대학생들을 만난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각, 자취하고 있는 원룸으로 향하는 여학생들을 보았다. 3월의 쌀쌀하면서도 따뜻한 공기와 비교적 이른시간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오래전 대학생이였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전 수업만 있거나, 수업을 꽉 채우지 않고 오티명목으로 수업이 일찍 끝나는 일이 잦았던 3월. 통학을 하던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수업시간보다 길었다. 그 시절에 나는 꿈이 없었고, 전공에 대한 열정도 없었으니 뭘 해야할지도 몰랐던것 같다.


엄마가 되고 나니 내 인생이 참으로 바빠졌다. 아이들에게 해줄것도 많고, 깨닫는것도, 알아가는것도, 주변에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정보도 넘쳐나니 할일도 그만큼 많아진다고 느낀다.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엄마라면 정신적으로나 교육적,정서적으로, 또 육체적으로..해야할 일이 누구나 많을 것이다. 게다가 한 사람으로서 좀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침저녁 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아이를 낳고 얼마되지 않아 분명 출산은 했지만 난 진정한 엄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생도 아니고.. 아가씨는 더더욱이 아닌것이.. 정신은 가끔 중고생과 대학생 그 어딘가를 헤맨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정체성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가끔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고 나 또한 그랬지만.. 이제는 나와 엄마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고 엄마는 나이다. 또 나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친구가 되었다가, 아내가 되기도, 학생이기도, 선생이기도 하고, 공방의 주인이기도 어떤곳에서의 손님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엄마가 아닌것도 아니고, 엄마가 되었다고 이전의 내가 아닌것도 아닌것이다.


가끔 나는 대학생때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살수 있을것 같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한 듯 한 시간들에 후회하기도 했지만.. 자취방으로 들어가던 학생들을 보며 떠올렸던 나의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니, 그럴리 만무하다. 엄마가 된 지금의 나,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더열심히 사는 방법을 깨닫고 배우고 있다고 확신한다.며칠 전, 확인할게 있어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대학시절 올렸던 사진들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20대인데.. 왜 생기가 없지? 오히려 지금보다 칙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보다는.. 그 시절을 조금 힘겹게 보냈던 내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해야하나? 그때의 나는 몰랐던것 같다. 그냥 나이만 20대일 뿐, 지금이 더 생기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니, 더이상 학생시절을 허무하게, 아무것도 안한채 보낸것 같다고 생각했던 후회일랑 넣어두고, 지금 깨달은 만큼만 살면 되겠다.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나로 하여금 엄마가 되어 성장하는 길에 서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요즘 새벽 책읽기에 빠져서, 독서하는 여자 그림을 많이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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