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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의지금 Jan 19. 2023

떠났던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별 후에도 서로의 타이밍은 다르다  

카톡으로 우린 끝났었다. 긴 시간을 함께했던 것과는 반비례하고 야속하게 카톡 몇 글자로 이별을 마주해야 했었다. 그때 그 이별은 나에게 너무나도 마음 아프고 허무했었기에 그 감정을 생각하면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차갑고 외롭다.


이별하고 꽤 지나 어느 날 오후 3시, 익숙하지만 낯선 이름의 카톡이 울렸고 한번 다시 보니 너였다.

보통 나한테 정말 크나큰 피해를 주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면 웬만해선 차단은 잘하지 않는다. 어차피 연락 안 할 사이니까 전화번호만 지운다. 번호를 지우면 카톡은 그 사람이 설정해 놓은 이름으로 뜨고 울리기에 그 이름만큼은 흐린듯하면서도 선명했다.


"무슨 일이지?"

"왜 연락했지?"

"밤에 전애인에게 연락이 오면 외로워서라고 했는데 지금 낮인데?"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나의 감정은 쿵하고 설렘이 아니라, 정말 영문모를 why? 에서 나오는 순간의 궁금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날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연락 온 것을 잊고 하루가 다 갔는데 다시 한번 연락이 와서 한번 꼭 만나서 할 말이 있다고 잠깐만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에 다시 한번 피하다가 결국에 한번 만나는 걸 선택했고 카페에서 잠깐 전 남자 친구와 마주했다.


다시 잘해보고 싶어서의 마음은 없었다. 다만 내가 나갔던 이유는 그래도 한때 많이 사랑했고 추억을 나눴던 관계인데 마지막을 얼굴 보고 끝내지 못한 게 아쉬웠달까, 그리고 너무 힘들었어서 감정이 다 정리된 지금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된 지금, 너를 보면 내 감정이 어떨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미 끝난 마당에 쓸데없고 가치 없는 일일수도 있기에 절대 나갔으면 안 됐다 하고 다시 왜 보냐고 이해 못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둘의 상황과 관계는 본 당사자만이 경험했고 알듯이, 다른 엑스가 아닌 이 사람의 대한 나의 선택은 위의 말했던 이유와 같은 "커피 한잔 정도야"로 결정 났었던 것 같다.


마주 앉은 너와 나는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굉장히 어색했다. 내가 옅게 미소 짓자 따라 웃으면서 그가 말했다.


"여전히 너무 예쁘다"


이상했다. 예전의 그 말을 들을 땐 누군가 나를 이렇게 예쁘게 봐준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설렜는데, 지금은 옷 사러 갔을 때 립서비스하듯 말해주시는 점원분들 말씀처럼 느껴져 마음에서 요동치질 않는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몇 번 나누고 그때 왜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때 본인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등등 나에게 장황하게 말했지만 내 귀에는 다 핑계로 들렸다.


그래서 말을 끊고 내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이젠 다 괜찮아 정말. 그리고 나도 잘못했던 게 있었던 것 같아. 알게 모르게 있을 거야. 난 오빠가 아니니까, 우린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잖아. 그래도 오빠랑 만났던 시간들 덕분에 내가 많은 걸 배웠고 얻었어. 나를 돌아보게 됐고, 이러면 안 되는구나도 느꼈어. 그래서 고마워. 원망 안 해. 만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내 말에 고마워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역시 멋진 여자네 하며 그때 자기가 담기엔 내가 컸던 것 같다고 지금은 자기가 준비가 되었다고, 나처럼 좋은 여자가 없는 걸 깨달았다며 정말 다시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는 너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너한테 멋진 여자로 보일 생각도 없고 나의 감정은 이타적이지만은 않은데 좋게만 봐주는 네가 이상하다. 분명 우리의 마지막은 넌 날 안 좋게 봤는데, 왜 이제 와서...

사실 너도 그때 카톡으로 끝냈던 끝맺음이 아쉽고 나에게 미안해서 만나서 얘기하고 정리하고 싶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너의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 말이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때 헤어졌을 때 주변에서 나의 지인들이 네가 반드시 연락 올 거라고, 어디 가서 나 같은 여잘 만나겠냐고 분명 후회돼서 온다고 그랬을 때 그 말이 위로인 걸 알지만 그때의 나는 믿고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너의 연락을 기다렸었다.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였고 널 붙잡지 않았기에 왠지 올 것 같았는데 기다렸을 땐 절대 안 오더니, 왜 마음을 다 정리하고 내려두고 더 이상 감정이 없을 때 나타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별의 타이밍도 달랐지만 재회의 타이밍도 다른 것 같다.


조금만 더 빨리 와주지.. 내가 재회하고 싶을 때 왔었으면 달려가 안겨서 너무 힘들었다고 왜 이제 왔냐고 울 것 같았는데..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만약 너와 다시 만나고 어떤 관계를 취한다고 하면 좋았던 추억까지도 더럽힐 것 같다. 여기까지가 좋은 것 같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과거에 있으면 발전이 없는데 넌 이미 나의 과거다. 그래서 난 널 선택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자존감을 낮게 만들었던 사람에게 다시 갈 수 없다.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그 아픈 기억이 분명 만나는 동안에도 날 불안하게 하고 행복하지 못하게 할 것을 난 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전하며 다신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마지막에 너무 후회한다며 눈에 눈물이 맺힌 너를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좋은 사람 만나라고 들었던 내가 너에게 좋은 사람 만나라고 말을 하니 나도 이상하다.


집으로 돌아와 뭔지 모를 공허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별을 두 번 한 기분이었다.


이미 내 마음은 진작에 정리되었어서 막 슬프진 않지만, 조금은 씁쓸했다. 한 때 그래도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내가 많이 사랑했던 사람인데 정말 끝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과 그리고 같이 사랑했지만, 이렇게 한 사람만 원하는 이별을 하고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겨우 정리된 지금 네가 온다는 게 장난 같고, 이별도 이별 후도 우리는 타이밍이 너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뭔지 모를 씁쓸함에 사로잡혔다.


타이밍이 다르기에 우리는 정말 나의 짝을 만나기 전까지는 헤어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를 반복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시간 속 감정과 타이밍이 상대와 일치하듯 같다면 우리는 어쩌면 새로움이란 게 없을지도 모른다. 


얼굴 보고 헤어지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카톡으로 헤어지는 건 우리의 만남도 가벼웠던 게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정말 다시 찾아온 너를 보며 다시금 마지막 마침표는 얼굴 보고 끝내고 싶어 만났던 건데 막상 정말 얼굴을 보니 마냥 상쾌하지 만은 않고 그에 따른 무거움도 온다.


같이 드라이브했던 날들도, 별일 아닌데도 함께 웃던 날들도, 매번 꼭 날 데려다주던 너도. 항상 날 웃게 해 준 너도. 잊고 있던 많은 기억이 순간 꺼내어져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미화되는 추억과 그리움에 속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 헤어진 직후 친한 언니한테 들었던 말이 있었다.


"물론 너의 선택을 다 존중할 거지만 만약 연락이 온다 해도 난 다시 안 만났으면 좋겠어. 굳이? 백화점에서 일층에서 봐놓고 한번 올라갔다 와야지, 하고 모든 물건을 다 본다음 그게 제일 나았네 하고 다시 내려오는 거잖아. 뭔가 별로야."


그렇다. 물건은 비교해 봐야 더 잘 아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흠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물건 보듯이 날 그렇게 보고 다 둘러보고 왔을지 아닐지는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의심을 하는 것조차 믿음이 기본이 되고 사랑만 해야 하는 연인관계에서는 사치고 아프다.


우리가 무슨 특정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헤어졌거나, 좋게 헤어졌었으면 다른 사람 만나보고도 우연히 또 인연이 되어 오히려 서로 소중함을 더 알게 돼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도 하니.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좋은 이별도 아니었고 분명 한 사람은 너무 괴롭고 아팠다. 그래서 너와 나는 안된다. 사람마다 상황과 경험이 다르니… 나는 여러 이유들로 너와 다시 만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애초에 나의 가치를 잘 알아주고 소중히 대해주며 익숙함 속에서도 감사함과 소중함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을 다시 하게 된다면 다친 마음이 아니라 어여쁜 마음으로 하고 싶다.



집에  씻고 자려는데 카톡이 한통 왔다.

아까 슬퍼서 경황이 없어서 말을  했어. 헤어지고 보니 너처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알았어. 진심으로 순수하게 좋아해 줬어. 너의 다음남자일 사람이 정말 부럽다.  그만큼 사람한테 진심을 주는 사람이야. 나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 건강해.

 다시 봤을 때도 돌아와서도 눈물이 나질 않았는데  카톡 한통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나는 항상 사람한테 진심인 편이라 상처도 많이 받았었다. 한때 인간관계에 현타가 와서 진심을 주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서  톡을 보고 여러 감정이 들며 눈물이 났다.

어쩌면 “ 사람한테 진심을 주는 사람이야  마음을 위로해 줬을지도 모른다.

그래, 평생 모를  알았는데 알아줘서 고맙다.

연락이 오면 너무 좋을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아니었다. 과거로 묻어두는  제일 아름다운  같다. 하지만  잠깐 봤던 나의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끝냈던 말들과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할  있어서 그거에 만족한다.

각자 행복하고 다가올 서로의  맞는 상대에게 잘하자.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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