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 있다. 언니의 정신연령이 8살이라는 서류를 보면서 '언니 나이의 절반쯤 되네'라고 생각했었으니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쯤 되었었겠다.
기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의 큰 병원에서 언니의 종합검사 결과지를 받는 날이었을 거다. 엄마랑 언니가 이전에 가서 검사는 했고, 시간이 지나 나온 결과지를 받아와야 하는데 엄마가 휴가를 내기 어려워 할머니와 내가 대신 가게 되었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다녀왔었는데. 10년도 훌쩍 넘게 지나서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 왜 나를 보냈어? 나는 어렸고, 할머니는 그렇게까지 노인이 아니었는데. 60대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젊은 나이인데. 왜 나를 보냈어?
엄마를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그때그때 자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거니까. 40대의 엄마는 서류 좀 받아오라고 보냈던 딸이 10년도 넘게 지나서 그때를 떠올리면서 울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그렇지만 그냥 슬프다. 나도 어린애였는데. 언니가 나보다 훨씬 더 어리다는 걸 구체적인 수치로 알기에는 좀 어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