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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은 Nov 07. 2023

사랑.. 그게 뭔데

이토록~ 가슴에 힘~겨운 상처만~ 남겨놔~

    나한테까지 신경 쓰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나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봐줘, 나를 신경 써 줘, 나를 칭찬해 줘’ 하는 마음도 내 속 어딘가에 시들지 않고 살아있었나 보다.


    워드 파일을 켜자마자 언제 적었는지도 모를 위 문장을 보고는 또 눈물이 났다.


    요즘 나의 여러 장면에서 자주 다루게 되는 주제인 것 같다. 진로고민에 애정욕구까지 등장할 일인가. 인생아......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더라, 프로이트였나? 대학자는 다르네.


    오늘 슈퍼비전을 받다가 ‘이 내담자가 여기까지 버틴 거에 혜은 씨 공이 크다. 정말이다. 정말 힘든 케이스인데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 많았다. 그동안 아주 힘들었을 거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혜은 씨가 잘해줘서 여기까지 온 거다.’ 하시는 말씀을 듣고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그 정도로 힘들었냐면 그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요즘 좀 칭찬에 목말랐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부끄러웠다. 


    사례 얘기 중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애정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사람은 두 갈래 길을 갑니다. 의존 아니면 오히려 과도한 독립이죠.’라는 말씀을 하셨다. 저 문장이 왠지 뇌리에 남아서 곱씹어보다가 내가 의존적인 학생들 상담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원하는 만큼의 애정과 관심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립 쪽을 택한 사람이라 나랑 반대의 길을 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계속해서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칭찬을 받고 왜 눈물이 났는지도 대강 이해가 됐다. 나는 ‘요즘 좀’ 칭찬에 목마른 게 아니라 한평생 칭찬받고 싶어 했구나. 그런 내가 가엾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런데 상담에서는 과도한 독립보다는 의존 쪽을 선택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독립형은 내가 외롭고 나에게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할 계기를 갖거나,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서 의뢰당하는 경우가 의존형에 비해 적을 테니까. 그렇다면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들을 좀 더 잘 만나기 위해서는 나의 애정욕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년을 넘도록 돌아가서 애정욕구를 작업하고 싶나? 아니요. 


    아니요 라는 세 글자를 치고 나니 또 눈물이 난다. 아주 아니지는 않은가 보지. 그래도 싫어. 나는 그냥 혼자 잘 지내고 싶어. 애정을 원가족에서 찾지 않을래. 이 고집스러운 마음이 일에 장애물이 된다면 일을 바꾸면 된다. 마음이 장애물이 되지 않는 일도 세상에 많을 거다. 나는 어쩌다 마음이 쓰이는 일을 하게 됐는지. 빨리 내 밥벌이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에서 ‘아 어릴 적에 사랑받고 싶었구나. 누가 챙겨주고 둥기둥기 해주는 거 받고 싶었구나’를 알게 되다니. 인생이 참 묘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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