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에서 원잡으로, 쇼핑, 보험
올 초에 쓰리잡으로 힘들어 죽겠다고 한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원잡이 됐다. 사는 게 참 뜻대로 안된다. 나는 바빠야 정신 차리고 사는 사람이라 이런 상황이 영 반갑지 않다. 생활이 여유로워지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힘들다. 그리고 당연히 생기는 경제적 불안. 나이 들면 남는 건 돈밖에 없다는 어른들의 명언을 요즘 뼈에 새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만약 지금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발등 위에 타투로 새길거다.
"인생사 남는 건 돈밖에 없다."라고.
원하지 않았던 100세 시대를 맞닥뜨려 남는 거라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늘어가는 병치레밖에 없는 요즘. 먹고살려면 체력이 필요하니까 운동해야 하고, 운동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벌어야 하고, 벌다보면 몸이 삭아서 병원비가 들고, 병원비 대려면 또 몸을 움직여야 하는 지긋지긋한 쳇바퀴 돌기. 더 억울한 건 남들은 이런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진짜 다들 그렇게 여유 있으세요? 저 빼고 다들 명품에 해외여행이 당연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이래놓고는 또 쇼핑했다. 지난번 면세에서 1년치를 쟁여놨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가면 사고 싶은 게 생긴다. 이런 것도 풍선효과인지 한동안 졸라매고 살았더니 소소하고 쓸모없는게 사고 싶어졌다. 세일 기간 핑게로 팩도 좀 쟁이고 쿠션도 하나 샀다. 아침에 바쁠 때 출근해서 급하게 화장하기에는 파운데이션보다 낫다 싶다-고 합리화를 한다. 그래도 이거 몇 개 샀다고 기분 전환이 됐다. 그래도 양심에 찔리니까 쓴만큼 적금 계좌에 더 넣었다. 카페 덜가고 도시락 싸지 뭐.
나이 드니까 제일 걱정 되는게 1.돈, 2. 건강이다. 근데 건강도 솔직히 절반은 돈 걱정이다. 아프면 돈 드는데... 하는 생각. 이미 만기가 된 보험도 있고, 넣고 있는 보험도 있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새로 보험 상담을 받았다. 요즘에는 워낙 좋은 약들이 많아서 예전 보험에서는 보장해 주지 않던 것들이 많다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드는 게 낫다는 말. 수입의 5% 정도가 적정 금액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솔직히 부담되지 않는 금액은 아니다. 더구나 실비같은 경우는 매년 갱신이라 늘어날 거고, 나이 들수록 수입은 주니까 더 부담이겠지. 그래도 나는 병원 이용이 잦은 편이라 실비 덕을 톡톡히 보기에 마냥 비싸다고 안 들기도 찜찜한 것이다. 어디서 돈을 좀 아껴야 보험 들 돈이 나오려나 또 열심히 가계부와 눈싸움을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