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강변길을 걷다)
코로나19가 추춤하자 밀렸던 모임들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활기차게 움직인다.
이번에는 퇴직한 직장의 선배와 동료들 모임이다. 코로나 이후의 만남인지라 이야기의 주제가 안부와 여행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운전도 힘들다면서 대중교통과 기차여행이 활용한 여행이야기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준비하여 전철을 타고 서울근교 하룻길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KTX-이음열차를 타고 동해안 해변길을 누볐다는 이야기 그리고 KTX-청춘열차의 이층열차로 춘천가서 의암호에서 오리배 탔던 이야기등 모두를 감추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바뻣다.
나는 코로나사태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하지 않고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은 몇번 다녀왔던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흥미가 높아졌다.
헤어져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손폰에 코레일톡을 인스톨하고 기차표 예매를 시도했다.
기차표의 예매는 노선에 따라서 3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고 예약후 출발 20분전까지 결재하는 것부터 예약후 20분이내에 결재하는 것까지 노선에 따라서 다양한 구매 조건이 있었다.
내가 찾아본 KTX-이음은 인기노선이라 예약일이 20일 남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자와 시간대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우등실은 예매가 가능해 정동진까지 예매를 할 수 있었다. 가격은 1인 편도 34,000원 왕복 2인 왕복 136,000원에 교통비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큰맘먹고 예약을 했다.
집에 도착하는 즉시 나는 들뜬 목소리로 예약 사실을 이야기하고 같이갈 준비를 하라고 다짐을 받았으나 반응은 내 예상과 다르게 그날은 선약이 있다며 상의도 없이 결정한다고 오히려 핀잔만 날라왔다. 또 자차를 이용하면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고 비용도 더 줄일수 있다며 타박한다.
PC를 부팅시키고 레츠코레일 앱에 접속하여 예매를 취소하는데 뭔가 아쉬워서 다시 검색했다. 집사람이 선약이 있다면 홀로 트랙킹하기로 하고 이층열차인 KTX-청춘열차의 기차표를 검색했으나 이미 이층석은 좌석이 없고 일층에 몇개의 자리가 있어 그냥 예매와 결재를 동시에 추진했다. 이열차는 예매후 20분이내 결재를 해야 한다.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늘은 기다리던 트레킹 날이다. 용산역에서 7시 5분발 Ktx-청춘열차이므로 5시부터 일어나 혼자 준비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깨어서 아침을 준비해주고 간식을 챙겨준다. 나는 가다가 편의점에서 간식은 사도 된다고 해도 헛개차에서 과자까지 걷다가 당떨어지기 전에 꼭 먹으라고 챙겨주며 매시간 잊지 말고 전화 하라고 다짐 받는다. 나는 들뜬 마음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용산에 도착하니 6시 반 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분비고 있다. 기차 출발시간을 보니 내가 예매한 7시5분 발 기차는 안보이고 6시 55분 발 기차에 탑승객은 승차하라는 표시등만 반짝인다. 다시 코레일톡에 접속하여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하니 아불싸 7시 55분 발이다. 이것을 7시 5분으로 착가한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홀로여행의 좋은점이다.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그냥 용산역 대합실에서 한시간 더 기다리면 된다. 일행이 있으면 온갖 잔소리가 나왔을 상황이자만 이것이 홀로 여행의 장점이다. 집사람에게 카특으로 기차시간을 잘못 봤다고 문자를 한다. 역시 정신 똑바로 차리고서 힘들면 돌아오라고 문자가 온다.
여유롭게 용산역을 돌아본다. 옆에는 동네아줌마들 야유회가는듯 옷차림부터 뭘 싸왔다는 등 쉬지 않고 수다피우고 있다. 티비앞으로 자리를 옮겨 뉴스를 보는데 깜빡 졸은듯 시계를 보니 출발 20분 전이다. 서둘러 화장실에 다녀와서 객찰구쪽으로 갔다. 인터넷 예매한 차표는 NFC 태그 방식이아니라 인터넷에서 구매한 승차권의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스캐너에 금방 읽히지 않아서 몇번을 시도 하였다. 옆에서 보던 아주머니가 답답하였던지 오더니 거기 대지 말고 위에 NFC 태그 하는 곳을 알려주면서 거기 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내가 시골 처음으로 올라와 전철도 못타는 사람으로 보인 듯하다. 친절에 응답한다고 나도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했고 이것은 NFC방식이 아니라 QR CODE를 스캐너에 접촉해 읽혀야 하는데 스캐너가 금방 읽지 못해서 그런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스캐너 근처에 가지고 가니 삐 소리와 함께 인식한다. 나는 되었네요 하면서 아주머니의 친절에 웃어주고 어색한 아주머니의 미소를 뒤로 하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러한 친절이 간섭보다는 아직도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인것을 알려준다.
용산을 출발한 청춘열차는 강촌까지 몇 정거장 정차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지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 하였다. 역 광장을 나와 오른편 편의점에 들려 냉커피 한잔을 들고 편의점 앞 의자에서 출발 준비를 시작 했다.
편의점 옆에는 이륜 사륜 자전거를 대여점이 몇군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대여와 주차장이용으로 복잡하여 나는 얼른 등산화 끈을 다시 묶고, 손폰에 트랭글을 켜서 걷기 운동으로 세팅하고, 네이버의 지도에서 의암땜까지 길찿기로 세팅하여 혹시라도 잘못된 길을 방지하고 출발하였다.
부일교 옆 뚝방길로 약 30분정도 걸어가니 과거의 강촌역이다 이곳은 강촌역이 신설되며 이제는 관광안내소와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 변경되었다. 강촌은 집사람과 첫데이트 장소 였으며 등선폭포에서 망원렌즈로 아웃포커싱으로 찍은 사진을 빌미로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장소이다.
역 앞의 다리를 건너서 우측으로 강변따라 약 한시간을 걸으니 의암땜에 도착했다. 출발할 때 같이 걷던 분들이 앞서가는 일행은 멀리 갔는지 안보이고 뒤 따라오던 일행도 중간에 쉬는지 안보인다. 오월의 날씨가 벌써 한여름인듯 하고 그래도 그늘을 골라서 걷고 강변의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크게 땀은 없어도 한시간 반을 넘게 걸어서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물도 먹고 간식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잠시후에 자전거 라이딩하는 일행들이 20여명 단체로 들어와서 북적거려, 나는 자리를 비켜주고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의암피암터널옆으로 목제 데크길과 포장길을 따라 걸어가자 강변으로 생뚱맞게 인어공주 상이 보인다. 당시 춘성군(현 춘천시)의 의뢰로 의암호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상징할 수 있도록 코펜하겐의 인어상을 떠올리며 제작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바다도 아니고 자연환경과 이타적으로 보여 어색하다.
한굽이 돌아가자 김유정문인비가 보인다. 잠시 검색하니 어렸을때 읽었던 소설 소낙비가 생각난다. 도박자금 몇푼을 위해 아내를 돈많은 이주사에게 몸을 팔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소설이었다. 여기가 김유정소설가가 살아생전에 삼악산에 오르거나 여기서 낚시를 즐겼다 하고 마지막으로 밤 낚시하다가 죽었던 장소라 한다 내려다 보니 내가 보기에 그리 좋은 장소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배 작가에게 잠시 묵념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지나가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고 데크길이 나온다 여기가 소양강 둘레길이다. 강을 왼쪽으로 두고 걸으니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주고 테크길이라 걷기도 편하다 신발을 벗어 들고 걷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의암스카이워크를 지나서 송암스포츠 타운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세시간이 지났다 송암스포트센터 앞 광장에는 인라인 대회가 열리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인라인 묘기대회를 하는 듯 탄성이 쏟아지는데 내가 보기에는 위험하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나는 꼰대 소리 듣는듯하다. 그래도 잠시 구경하며 물도 먹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삼악산 케이블카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삼악산 케이블카 도착하니 1시이다. 집사람은 꼭 밥을 먹으라고 당부 했지만 근처에 식당도 안보이고 케이블카 식당에서 삼악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쉴곳을 찾으니 땡볕의 번치뿐 앉아서 쉴 마땅한 곳이 없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중도 둘레길은 새로 포장한듯 길이 아스팔트를 새로 깔아 아직은 냄새가 역하게 반겨준다. 강변으로는 낚시 하는 분들이 눈에 보이는데 한 낮이라서 인지 빈 낚시대만 놓고 낚시꾼은 안 보이는 곳이 많이 보인다. 어떤 분은 며칠째 낚시 하는지 짐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얼마나 잡았을까? 궁금한것을 뒤로 하고 계속 걷는다.
중도둘레길 중간에 봉화대라 칭하는 2층정자가 있어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올라가니 먼저 온 부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도 옆에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춘천역까지는 이제 넉넉 잡아 반시간 길이다. 중간 중간 휴식시간이 길고 오랜만의 트랙킹이라 천천히 걸어 그리 피곤하지 않다.
잠시 쉬면서 집사람이 챙겨준 과일과 과자를 먹고 멀리 풍경을 보며 쉬었다 다시 출발한다. 손폰의 건전지가 수명을 다한다고 삐삐 거린다. KT&g상상마당에서도 공연을 하는지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구경은 담에 하기로 하고 내쳐 걷는다. 의암공원을 지나는데 시화전 전시중이다
춘천문인협회 주관의 시화전이다 모두 읽어 보고 싶은 맘을 뒤로 하고 춘천역으로 향한다.
세시삼십분 춘천역도착이다. 강촌역에서 춘천역까지 내가 걸은 길이 18.6킬로미터 이만육천보이다.
과거에 걸었던 제주 올레길이 보통 15-20키로메타로 구성되어 있으니 오늘 걸은 길은 적당한 길이다.
오랜만의 트랙킹이라 쉬는 시간도 길었고 강촌역에서의 과거 회상 그리고 김유정문인비에서 의 휴식등 여유로운 시간이 많았던 듯하다. 오랜만의 트래킹이 무사히 마무리 된것을 스스로 고생했다 위로하고 용산행 열차에 몸을 실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