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제10길을 걷다.
황금 연휴에 삼남길을 완주하려 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9길까지 마무리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결행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아내는 모임으로 외출하고 집안은 고요하다. 싱크대 앞의 메모는 냉장고에 반찬이 있으니 잊지 말고 데워 먹으라는 내용이다. 커피 한잔 하려고 커피포트에 물을 담다가 무심코 김치냉장고의 문을 여니 음료수 병이 눈에 뜨인다. 음료수를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배낭을 꾸렸다. 간식과 음료수를 넣고 스템프북을 챙기고 이어폰과 예비 배터리, 그리고 모자를 쓰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간섭할 이가 없는 이시간이 삼남길을 완주하여 마무리할 시간이다.
서정리 역에 도착하니 11시 반,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점심시간을 먹고 갈것인가 아니면 걷다가 맛집이라고 느껴지는 곳에서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안내판에는 원균장군묘 방향으로 가는 9번버스가 18분 후에 도착한다고 점멸한다. 원균장군묘의 해설사가 이 버스는 한시간에 한번씩 지난다 했으니 점심을 조금 늦게 먹기로하고 버스를 기다린다.
잠시후 점멸등이 1분전을 나타내자 9번버스가 다가 온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앞으로 나서자 기사는 손을 내저으며 그냥 통과한다.
아니 이게 무슨일인가??? 돌아서 다시 오려나??? 다음차가 오려나??? 잠시 멍한 기분에 기다려도 정류장 안내판에 9번은 사라지고 없어졌다.
안내판 밑에 9번 버스의 정류장별 도착시간이 적혀 있는데 오전은 10시30분이 마지막 차이고 그 다음은 운행중지 점심시간으로 적혀있고 그 다음은 14시 20분이다.
이런~ 서울이나 안양에서 수시로 버스가 다니던 것만 생각하고 이런 지방은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했다. 앱에서 찾아보니 여기부터 목적지까지 정류장 수는 14개이다. 잠시 고민하는데 정류장 옆에 택시가 도착하더니 승객이 내린다. 얼른 뛰어가서 택시를 타고 호기롭게 ‘원균장군 묘 입구까지 부탁합니다’ 외쳤다. 삼남길 걸으면서 느끼는 점 하나는 대중교통과 시작점의 연계가 지방으로 갈수록 힘들다는 것이다.
원균장군묘 입구의 사당에서 내려 삼남 제10길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방향표시가 없다. 사방 도로가 모두 확장공사 중이라 표시 입석판이나 리본이 다 철거된듯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옛길 앱이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앱을 기동하고 내 위치를 찾는다.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내 위치와 지도상의 안내표시와 지도가 모두 엇박자이다. 내폰은 보급형이다. 집사람 폰이 노후되어 교체하는데 같이 갔다가 새폰에 홀려서 잘 쓰던 노트9을 폐기하고 보급형으로 교체했다. 약간은 직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이유도 있지만 새폰에 홀려서 폰의 사양은 고민도 없이 순간적으로 저지르고 1년 반을 후회하면서 쓰는 중이다. 약정에 걸려 이 후회를 앞으로 6개월은 더 해야한다. SD카드를 추가하여 용량은 해결하였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된다. 물론 통화나 문자전송등 기본적인 기능은 문제가 없으나 야외에서 인터넷 연결이 느리고 이동중에 연결이 불안하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중이면 스포츠 경기의 관람이나 영화감상은 포기한다. 어쩌다 게임이라도 하려면 그래픽이 많은 게임은 포기하고 카드게임등 단순한 게임만 한다. 충동구매가 부른 부작용과 인과응보다. 내 선택에 불만도 못하고 조용히 약정기간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경기옛길 앱의 안내표시는 길을 건너 직선으로 가라고 표시되나 길은 없고 논을 가로질러야 한다. 내 위치도 원균장군 묘지 앞에서 멈춰있다. 따라가기를 활성화 시키면 내 이동에 따라서 위치가 변경되어야하나 멈춘 것이다. 폰을 다시 부팅하고 앱을 기동해도 역시 같다. 지난번 제9길 마무리 했던 곳에서 아직도 내 위치로 표시된다. 할수없이 경기옛길센터에 전화하여 상황설명을 한후 안내를 요청하여 겨우 길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직진으로 약 500미터쯤 걸은 후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다리를 건너 안성IC방향으로 길 따라 계속 이동하면 곳곳에 리본이 있어 길찾기 쉬을 것이고 못 찾으면 다시 전화 달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며칠전에 옛길카페에서 우회도로를 사진으로 확인하였고 먼저 탐방한 분들의 후기도 읽어 보고 갔으나 현장은 전혀 달라졌다. 우회도로는 찾을 수 없고 새로 포장한 도로는 곳곳에 통행금지 표시가 부착되었다. 망설이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통행금지 표시 사이로 지나간다. 나도 통해금지표시를 무시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당당하게 걸었다. 물론 옛길앱의 나의 위치는 경로에서 떨어져셔 벌판 가운데 멈추었다.
공사중인 도로를 무시하고 걷다보니 완공된 부분도 끝나고 이제는 벌판 가운데서 혼자 서 있는 형국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벌판을 가로질러 안성IC방향으로 걸어야 한다고 했는데 도로가 휘어지고 끊어져서 방향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네이버지도 앱을 켜고 칠원소공원을 검색하여 따라가기를 누른다. 경기 옛길 의 지정된 길과는 다르게 평택화물단지를 가로 질러 간다.
평택화물단지입구에 도착하자 시계는 두시를 가르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단지내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백반집이 곳곳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내가 못찾는 건지 없는 건지 주변에 편의점만 보이고 식당은 고급식당만 눈에 뜨인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편의점은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 혼자 사발면을 다 먹을 동안 오가는 사람도 없다. 이런곳에서 월세나 벌수 있을까 궁금하다. 직원에게 손님이 없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하자 별거다 걱정한다는 표정으로 그래도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는 많은데 지금은 점심시간이 지나서 조용한 시간이라고 대답한다. 수고하시라고 한마디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네이버지도앱을 따라서 걷는다. 사거리에서 다리에 쥐가나 잠시 쉬었다 갈 곳을 찾는다. 멀리 길가에 정자가 보인다. 저곳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접근하자 앱이 도착을 알린다. 여기가 칠원소공원이고 그 안에 옥관자정이 있다.
옥관자정은 송탄의 4대 우물이라고 불린다. (송탄의 사대우물은 이충동 돌우물, 서정동 서두물, 신장동 제역우물, 칠원동 옥관자정이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이 지나다가 이 우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매우 감탄하여 이 우물에 옥관자를 붙여 주었다고 해서 옥관자정이란 별명이 붙었다. 옥관자는 망건에 달려있는 단추 모양의 장식인데 망건을 착용할 때 망건의 줄을 걸어서 망건이 벗겨지지 않게 하는 용도이다. 나도 물맛을 보려고 가까이 접근하니 우물 뚜껑이 덮혀있고 장식인 듯 예전의 수동펌프가 있는데 아쉽게도 ‘마시는 물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여기도 가자우물과 같이 그저 상징적인 곳이다. 주변이 아파트와 생활시설로 인하여 음용이 불가한 듯 하지만 관리를 잘해서 음용수로 보존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경기옛길 앱은 아직도 내 위치를 감지하지 못한다. 앱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으면 사진찍은 위치가 전혀 다른 곳으로 표시된다. 무시하고 네이버 지도에서 다음 목적지인 대동법기념비로 설정하고 중간 경로로 배다리저수지를 설정하여 따라가기를 누룬다.
옥관자정을 지나니 이제부터는 아파트단지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주변의 아파트는 모두 새로 신축한 듯 조경상태가 나무는 아직도 어리고 잔디는 듬성듬성 심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보도블럭은 새것인데 약간의 큐션이 있어 걷는 맛은 좋다.
동삭중학교를 지나 수변공원에서 다시 경기옛길 앱을 확인한다. 역시 내위치는 아직도 칠원소공원이다. 내 위치는 무시하고 전체적인 코스만 머리에 두고 다시 걷는다. 평택신도시 중심을 걷는데 좌측으로 건물들이 새로 지은티를 나타내고. 아파트도 몇 년 안된 듯 주변의 조경이 아직은 무성하다는 단어를 빗대기 어렵다. 네이버지도의 따라가기는 경기옛길 앱과 달리 목적지까지 가까운 직선길로 안내한다.
배다리 저수지에서 잠시 쉬며 기록을 남긴다. 저수지의 분수와 아파트 단지가 배경으로 푸른하늘이 마치 외국에 온듯한 분위기다.
굳모닝증권과 굳모닝병원 그리고 길건너 굳모닝주차타워빌딩등 이 일대는 굳모닝 관련 건물과 SK아파트라 표시된 건물들이 많다. 아파트 단지 옆 소공원 옆길을 걷다 보니 주말농장이 보인다. 모두 열심히 키운 듯 작물이 잘 자라고 있다.
이 주말 농장을 지나니 대동법기념비다. 대동법의 광해군의 업적으로 영의정 이원익이 제청하여 경기도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전국으로 퍼졌다.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이고 광해군의 최대 업적이라 할 만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대동법 검색하면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원익의 기념비가 존재하나 오래되어 글을 읽기 힘들어 읽다 포기했다.
잠시 기념자진을 찍고 스템프를 득한후에 소사원 돌미륵을 거쳐 안성천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이것으로 그동안 걸었던 삼남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특히 소사원길은 전쟁이 벌어지면 소사벌은 전략적 요충으로 중요한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였다.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군대가 소사벌에 출동하여 일본군과 커다란 전투를 치르고 이에 승리하여 일본군이 패퇴한 말미를 제공했다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걸은 이길에서 그때의 흔적은 없고 전하는 역사 이야기로 스쳐간다.
안성천교에 도착으로 삼남길 약 100Km를 마무리 하였다.
다시 한번 긴시간동안 걸은 나에게 평택역에 도착하여 자장면으로 치하하고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는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