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제8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11시다. 집사람은 모임으로 외출하고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다. 아직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려면 뭔가 허전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이유인 듯하다.
냉장고와 식탁에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 하며 어디에 있는 것을 어떻게 요리하여 먹으라고 메모가 놓여있다. 대충 읽고 냉장고를 열어 냉동된 떡을 꺼내어 전자렌지로 해동하고 포도와 토마토를 꺼내어 먹기 좋게 썰고 물을 챙겨서 베낭에 넣는다. 어제 모임이 있어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오늘의 행사를 계획하고 지금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요즘 조금 걸으면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발생해서 장시간 걷기가 불편하다. 천천히 걷거나 통증이 발생되면 잠시 쉬고 다시 걸으면 되고 다른 이상은 없으니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는 내의견과 병원 진단을 받으라는 집사람의 의견이 충돌하여 트레킹을 하려는 계획만 세우면 집사람이 반대 의견을 이기지 못해 한동안 트레킹을 포기하였으나 집사람 없는 오늘 트레킹을 시도하려고 한다. 또 오늘 걸으려는 오산 생태하천길은 삼남길 제8길로 삼남길중에서 두번째 짧은 길로 길이가 6.3Km로 약 한시간 40분이 소요되는 난이도 보통의 길이라 크게 걱정 없이 걸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시도하려고 한다.
오산대 역에서 하차하여 제8길의 출발점인 은빛개울공원까지 버스로 이동하려고 버스 도착시간을 검색하니 버스 도착까지 15분정도 기다려야 하고 이동 정류장도 2정류장이라 그냥 걷기로 결정하고 개울쪽 방향을 잡고 무조건 걷기 시작 했다.
음식점들이 있는 골목을 지나 큰길로 접어드니 왼쪽은 논밭길이고 오른쪽은 아파트 단지이다. 어느쪽이나 태양을 가려줄 그늘은 없다. 아직도 9월을 태양은 뜨겁다. 잠시 멈추어서 선크림도 바르고 모자도 꺼내어 쓰고 다시 출발한다.
큰 사거리가 은빛개울공원이다. 잠시 공원을 한바퀴 돌고 나와서 길 건너편 제 8길 출발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숲길로 들어서기까지는 큰길을 걸어야 했는데 도로 공사가 끝나지 않아 걷기가 불편하였고 삼남길 표지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경기옛길앱을 따라 걸으니 길을 잘못들 염려는 없었다. 다만 도로에서 숲길로 접어드는 입구에서 안내리본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옛길앱에서의 나의 위치가 경로를 벗어나 다시 돌아오니 소로길에 안내리본을 발견하여 이번에는 제대로 숲길로 들어섰다.
권리사까지 가는 숲길은 동네 뒷산길로 주민들의 산책길이다. 맨발로 걷는 여러사람을 만나 나도 잠시 신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맨발로 걸은 구간은 약200~300미터 정도로 길은 단단한 흙길이지만 주변에 밤나무가 있어 밤송이가 떨어져 있고 밤가시가 널려 있어 계속 맨발로 걷기는 불편하여 조금만 걷고 포기하였다.
조금 더 걸어가자 괄리사 200m의 표지석이 보이고 능선너머로는 궐리사 지붕이 보인다. 주변은 운동기구가 있는 작은 공터다. 1시가 넘어 근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준비해온 간식으로 점심을 대체했다. 점심을 먹는 중에 나이든 부부 두분이 지나면서 오늘 주운 밤은 알이 적다는 등 많이 못주웠다는등 대화를 들으니 동네분이 자주 밤을 주우러 온듯하다. 밤나무가 많은 동네에서 살면 이것도 운동을 대신해서 좋은 취미다.
다시 정리하고 출발하니 금방 궐리사에 도착했다.
우측에 하마비가 자리한 것을 보니 예전에 이곳을 방문한 분들은 꽤나 존중했던 것 같다. 아니면 말을 타고 들어가려해도 계단으로 이루워져 말이 갈수 없어 강제로 하마 했는지도 모르겠다.
궐리사라 해서 오산 시내에 있는 절인가 생각했으나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절이 아니라 공자를 모신 사당이고 좌승지를 했던 공서린이 제자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서재이다. 이때 은행나무를 심었고 이 나무에 북을 매달아 학업을 권고하는 신호로 사용했으나 공서린이 별세한 후에 이 은행나무도 말라 죽었아고 한다. 그러나 이백년 후에 이나무가 다시 살아 났고 정조가 이 자리에 사당을 짓고 궐리사란 현판을 내렸다 한다. 현재는 이 은행나무가 권리사를 상징하는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었다.
공자를 모신 사당이라서 그런지 나무 주변 벤치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둘러 않아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 젊은여자와 나이든 여자 두분이 언성을 높이면서 대화하는데 내용은 모르지만 표정과 언어를 보니 나이든 분이 뭔가 불만을 토로하고 젊은 여자분은 사정설명을 하는 듯이 보여졌다.
궐리사를 나와 시가지를 지나 오산천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 부터는 오산천을 끼고 걷는 길이다. 길이는 약 3Km내외로 40분 내외 로 소요되나 주변 제방에도 큰 나무가 없어 뙤약볕아래 걸어야 했다.
오산천 주변은 시에서 꾸면 놓은 듯 여러 종류의 소규모 공원이 있고 작은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지만 그늘은 없어 한 여름에 걷기는 좋은 길도 아니고 흙길도 아니어서 맨발로 걷기도 불편한 길이며 그저 동네주민들 산책길로 유용한 길이다.
오산 에코리움 건물이 보이자 여기가 맑음터 공원이며 제8길의 종착점이다.
난이도 보통으로 제2길인 인덕원길과 비슷하지만 궐리사까지 가는 숲길이 인덕원길보다는 정취가 있다.
에코리움 건물 옆에서 스템프를 찍고 오늘의 트레킹을 마무리하였다.
이곳에서 오산역까지 대중 교통편이 좋지 않아 은빛개울공원에서 출발보다는 맑음터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듯하다.
전체적인 코스가 평범하여 큰 무리 없이 걸었고 중간에 쉬며 쉬며 걸었더니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다. 오산역에 도착하여 오늘도 완주 기념으로 카라멜마끼야또로 내 자신에게 축하선물을 주었으나 뭔가 아쉬우며 이길은 독산성길과 이어서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일듯하다. 광운대행 전철을 타며 반나절의 트레킹을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