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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철 Jun 01. 2023

중복들길을 걷다.

경기옛길중 삼남길을 걷다.

우리나라 둘레길은 길마다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의 삶을 보여주는 올레길을 필두로 명산마다 둘레길 그리고 문화탐방을 주제로 한 경기옛길등 각각의 특색으로 꾸며져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신경준 선생이 집필한 역사지리서 ‘도로고(道路考)’에 육대로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있으며 이 기록을 토대로 조성한 길이 경기옛길이다. 길마다 지역의 문화유산과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으며 길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도록 조성하였다. 육대로는 의주길을 시작으로 경흥길. 평해길, 영남길, 삼남길, 강화길이다. 2014년 5월 삼남길 개통을 시작으로 강화길은 가장 늦게 22년 10월에 개통하였고 그중 내가 관심을 가진 길은 우리 고장을 지나는 삼남길이다.

 내가 오늘 걸은 길은 삼남길의 제5길인 중복들길이며 이 구간만을 걷기에는 조금 짧은 생각이 들어 제6길인 화성효행길의 일부와 융건능까지 탐방하는 것으로 일정을 만들었다. 이 길은 선택한 것은 시작점이 전철역인 화서역과 그리 멀지 않게 연결되어 교통이 편리한 점과 난이도가 ‘하’인 평탄한 길이라 어렵지 않은 길로 예상되어 선정하였다. 참고로 융건능은 경기옛길에서 제외된 곳이다.

  화서역 5번 출구에 도착한 시간은 8시 50분이다. 잠시 쉬면서 운동화 끈도 다시 묶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출발했다.

 5번 출구 나와서 바로 왼쪽으로 계단을 올라 서호공원으로 진입하면 트레킹 시작이다.  서호공원입구가 제5길인 중복들길의 시작이며 끝은 배양교이다. 

서호공원의 오른쪽은 거대한 저수지가 있는데 이곳은 서호라 부르며 옛이름은 축만제라 하여 인공저수지이다. 서호는 정조가 신도시로 건설한 수원의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이다. 축만제와 함께 조성한 대규모 국영농장은 현 농촌진흥청의 모태가 되었다. 조선시대에 이러한 호수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저수지 가운데 인공섬이 있는데 이 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새로 민물가마우지, 서호납줄갱이, 큰기러기, 뿔논병아리,쇠백로, 쇠기러기, 물닭, 희빵검둥오리등이 서식한다는데 멀리 인공섬에서 노니는 새들의 종류를 구별하지는 못하겠다. 서호 주변에는 벚나무가 유난히 눈에 많이 뜨이는데 이는 ‘한국불교회 회원들이 428주를 기념식주 하였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서호공원에서 운동하고 주변을 걷는 동네 분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동네 주민인 듯 잠시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서호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뚝방길을 지나니 뚝방길에 오래된 소나무들이 특이하게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의 간격과 벤치등을 고려하니 삼남길 조성을 위해 인위적으로 심은 듯 보인다. 뚝방길 끝에 왼쪽으로 출구가 보이고 중부작물부를 지나니 오래된 정자가 보인다. 중부작물부란 낯선이름의 조직이 보여 자세히 연혁을 보니 1799년 축만제와 서둔조성을 맡았던 조직이 이후 중앙농업기술원, 농업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이후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산하 중부작물부로 명맥을 유지한 듯하다. 특히 통일벼 개발로 국가정책의 지상 과제를 달성했지만 지금은 쌀이 남아 보관에 골 아프다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잠시 항미정에 오르니 서호의 남쪽 끝에 있어 경치도 좋고 사방이 트여 있어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항미정은 순종황제가 융건릉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항미정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하고 일제 치하에서 서호 구국민단을 결성하고자 비밀리에 준비모임을 하며 1920년에 구국민단을 조직하여 독립운동에 일조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정자만 있고 뒤쪽으로 건물은 안 보인다. 뒤뜰에는 위로 오르는 계단은 존재하나 계단 끝에는 철망으로 담이 쳐 있어 통행이 불가하고 담 안쪽은 중부작물부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아쉬운 맘이 든다. 

항미정을 나와 서호천을 따라 걸으니 길이 잘 포장되어 있고 길 좌우로 꽃들과 풀들이 울창하게 자라서 숲속 오솔길을 홀로 걷는 기분이다. 걷는 길 중간마다 경기옛길과 삼남길이라는 리본이 있고 리본을 매달 나무가 없는 곳은 바닥에 삼남길 방향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 시간 반쯤 걷자 서호천을 따라가는 길은 막혀 있고 뚝방길로 표시되어 있다. 뚝방길은 좁은 편이고 오른쪽으로 중소기업들이 있지만 걷기에는 문제가 없다. 뚝방길 중간쯤 오래된 철교가 있는데 이곳이 수인선이 달리던 철로다.

수인선은 1995년 말에 운행을 중단했다. 다리 가운데 철로가 그냥 남았는데 선로 폭이 좁은 것을 보니 협궤열차라 불렸던 것이 이해가 된다. 

철교를 지나 계속 둑길을 걷는다. 뚝방길이 아스팔트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도심으로 접어드니 커다란 공원을 만난다. 이곳이 고색중보들공원이며 두 시간 정도 걸었다. 중보들공원 향토문화관 까페이서 쉬었다 가려 들렸더니 행사 중이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직원이 주문 가능하다며 부른다. 라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행사 관계자가 미안하다고 하며 자리를 권한다. 거절하고 라떼를 가지고 나오는데 행사용 김밥이지만 드시라고 챙겨준다. 공원 벤치의 그늘에서 운동화 끈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원한 라떼와 집사람이 챙겨준 과일을 먹으며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제5길의 전체 길이는 8킬로미터 약 두 시간 코스로 표시되었는데 나는 여기까지 8킬로미터를 두 시간에 걸었으니 처음 시작과 서호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계획보다 길었다. 

 공원을 지나 찻길을 따라 조금 가니 솔대교를 만난다. 계단 밑으로 가서 솔대교 아래로 지나니 여기가 황구지천이며 황구나 루터 산책로라 표시되어 있다. 길 좌우로 벚나무가 울창하여 그늘로 걷기 좋았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 후 걷는 분들이 많아 같이 걸으니 좋았다. 산책로를 지나 고색교와 산업단지교 아래를 지나는데 두 분이 벤치에서 식사 중이라 나도 그 옆에서 까페에서 받은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두 분은 이 길을 여러 번 다닌 듯이 다리가 화성시와 수원의 경계라며 주변 지리를 설명하여 준다. 식사 후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배양교 쪽으로 그분들은 서호쪽으로 반대 방향으로 헤어졌다. 

산업단지교를 떠나 기안교를 건너니 경치가 바뀐다. 여기부터는 화성시이다.

완연한 시골 풍경이다. 조금 더 가니 큰 다리가 나오는데 여기가 배양교이며 제5길의 종점이고 제6길의 시작이다. 배양교를 지나 작은 언덕을 지나니 멀리 용주사 건물이 보인다. 우측으로는 가림막을 한 화성시 노인회관 건물이 신축 중이고 언덕 위에는 용주사 건물이 증축 중이다. 매표소 입구에는 무료입장이란 글씨가 크게 적혀있다. 용주사는 정조대왕의 불심과 효심이 깃든 곳으로 유명하다. 

유교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에 이러한 절을 창건했다는 것도 눈에 뜨이지만, 용주사 입구의 효행박물관에는 불교 관련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어 특이하다. 용주사를 나와 경기옛길을 따라가는 트레킹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융건릉으로 향한다. 용주사에서 융건릉은 버스로 두 정거장이지만 시간단축을 위해 버스를 이용했다.

융건릉은 융릉과 건릉의 합친 말이다. 융릉은 사도세자와 현경황후 홍씨의 묘를 건릉은 정도대왕과 효의선황후 김씨의 합장묘이다. 마침 문화가 있는 날이라 입장료가 무료이다. 어차피 경로 우대 무료이지만 이 무료가 더 반가우니 나는 어쩔 수 없는 속물이다. 역사문화관을 거쳐 바로 능으로 향했는데 역사문화관은 모든 자료가 실물보다는 IT를 활용한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그리 넓지도 않고 실감도 나지 않았다. 

능으로 가는 길은 수목들이 워낙 울창하고 풋풋하여 지루하지 않았다.

정자각 앞의 돌길은 삐뚤 빼뚤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왕이 내려볼때 햇살이 돌에 반사되어 왕의 시야를 가리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라 한다. 가운데 길은 향과 축문이 가는 길이라 ‘향로’ 오른쪽 길은 왕이 걸어가던 길이라 ‘어로’라 했고 나도 어로를 따라 걸어 보았다. 융릉과 건릉을 돌아본후 나무밑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다.

산책과 휴식하기는 정말 좋은 장소이다. 

능을 나와서 병점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오늘의 트레킹도 무사히 마무리된 것에 스스로 감사하고 고생한 두 발에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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