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저도 안 사주면 "내가 아플 때 자장면도 안 사주고!"라는 돌림노래가 될까 봐, 엄마 뜻대로만 하면 막내는 찜찜해서 하루 종일 삐쳐있거나 다른 걸 또 사달라고 떼쓸 것 같기도 해서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자장면 먹을지?"
막내는 격리 중이라 자기 방에서 나갈 수 없어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나는 큰딸을 불렀다.
"막내가 자장면 먹고 싶다고 했는데 넌 어때?"
"나도 좋아요! 엄마는요?"
"난 저녁에 장조림에 김치 먹을래."
막내의 떼가 사라지고 조용해졌다. 드디어 하루의 평화가 찾아온 거다. 자기 방에서 나를 계속 부르며 사달라고 떼쓰던 파도 같은 막내의 소리가 잠잠해졌다. 잔잔한 평온함은 바다에서 튜브를 끼고 누워 '둥둥'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평온함도 지루함으로 바뀔 테니까 늘 좋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막내의 종알종알 떼쓰는 파도 속이 더 그리울 것이 뻔하기에.
"엄마!"
10분도 못 참고, 격리 중인 막내가 카톡 전화대신 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에 파도가 물밀듯이 드리 닥쳤다.
"왜 나와? 방에 들어가 있어야지!"
딸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비즈스티커를 찾는다.
"엄마, 스티커 어딨어?"
"스티커는 왜 찾아?"
나는 예전에 취미로 머리핀을 만든다고 비즈 스티커를 사놨고, 남은 스티커를 상자 어디에 넣어놨었다.
"내일 빼빼로 데이잖아! 예쁘게 꾸며서 친구 주려고."
"알았어. 엄마가 찾아줄게."
나는 스티커 상자를 찾아 진주, 반짝이 하트와 동그라미 스티커를 줬다.
"어디에 붙이게?"
"빼빼로 상자에 붙여서 줄 거야."
"왜 물어?"
딸의 촉이 가동됐다.
"궁금해서..."
"엄마, 또 내 얘기 쓰려고 그러지?"
"어떻게 알았어?"
매달 오천 원으로 산 "막내의 이야기"는 오로지 내 것이다. 막내가 터치할 수 없는.
막내는 그런가 보다 하고 자기 일에만 열중했다.
"안돼, 내 얘기니까 내 허락받아야 돼!" 하는 돌림노래가 아주 가끔은 그립다.
자장면 시켜줄 시간이 다가온다. 오후 5시.
큰딸과 막내는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의논을 해서, 짜장면 두 그릇에서 짜장면과 짬뽕 한 그릇씩 시키기로 했다. 막내가 미안한지 짬뽕 값을 내겠다고 한다. '아싸!' 돈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