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점심 메뉴가 뭐야?"
큰딸이 오늘도 현관문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토마토스파게티 해줄게!"
"아싸!"
'스파게티면은 많고, 소스?'
소스가 1인분 밖에 없었다. 3인분을 해야 하는데 어째? 막내도 스파게티를 보면 자기도 먹겠다고 할게 뻔한데. 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양파와 햄을 먼저 기름에 볶고, 1인분 소스에 채 썬 토마토를 넣고, 비장의 무기인 가루를 반 스푼 넣는다. 치킨스톡! 마지막으로 소스에 토마토케첩을 한 번 둘러 간을 맞췄다.
스파게티면은 삶는 것이 좀 귀찮은 일인데, 이번에 전자레인지용 쿠커를 샀다. 쿠커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물만 부어 10~15분간 돌리면 충분히 익는다. 4인분까지 삶을 수 있다. 어떤 분은 속이 덜 익는다는 평이 있는데, 정수기 온수물을 넣는 게' 신의 한 수'다.
베란다에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애플민트를 끊어 장식을 하고 감쪽같이 큰딸에게 내밀었다.
"맛있겠지?"
속으론 조금 걱정됐다. 응급조치했다고 하면 안 먹을까 봐 말은 못 하고 큰딸의 눈치만 봤다.
"응, 맛있어!"
딸이 먹다 남은 소스까지 잘 먹어줬다. 대성공! 스파게티 좋아하는 큰딸이 오케이면 막내도 오케이다.
나는 라면을 먹어도 속이 안 차는 사춘기 막내 책상에다 스파게티를 놓고 나왔다.
토마토스파게티 응급 조치하는 법을 얼떨결에 터득했다.
엄마는 재료가 부족하거나 없이도 아이들 먹일 생각에 '후다닥' 초인적인 능력이 샘솟나 보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가지고 비슷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마법의 손이다. 급하면 마법이 나온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엄마 손은 셰프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