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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콩콩국수

그제 저녁에 콩국수를 먹고 연달아 어제도 먹으려고 하니 난 물려있었다.

"막내야, 오늘 점심은 콩국수 말고 다른 거 먹을까?"

"어제 콩국수 먹는다며. 콩국수!"

늘 엄마 말에 반대로 하는 막내는 예외가 안 통했다.


나는 싱거웠던 콩국수에 소금과 마법의 엑기스를 넣어 휘휘 젓고 참기름을 넣었다.

"엄마, 국수에 둥둥 뜬 게 뭐야?"

"참기름, 참기름이야!"

나는 딸이 안 먹겠다고 할까 봐 가슴이 조금 철렁댔다.

콩물에 참기름을 미쳐 골고루 섞지 않고 국수에 부었더니, 콩국수에 노오란 기름이 둥둥 떠있었던 거다. 마법에 엑기스를 넣었는데 막내가 눈치를 못 채서 다행이다. 내가 먹어봐도 설탕을 안 넣었는데도 간이 맞았다.


"어때? 어제 먹었던 콩국수 보다?"

"몰라, 먹을만해."

막내는 호로록 잘도 먹었다. 나는 그제 사무실에서 아메리카노를 먹고 밤에 잠을 설쳤더니 배가 살살 아파서 콩국수가 당기지 않았지만, 아이들 챙겨주고 급히 사무실에 가야 돼서 다른 걸 먹을 여유가 없었다.


다시다 같은 감칠맛이 나야 혀는 깊은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콩국수에서 진한 맛이 났다.

"콩국수 맛있다!"

"다 먹고 맛있다고? 아깐 "몰라" 하더니?"

'미리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막내의 뒷북은 프로다. 먼저 안 먹겠다고 하고선 배가 고프거나 무슨 이유가 있는지 나중에 먹을 때가 많다. 나는 되도록 눈 감아준다. 오늘 같은 경우도....

막내의 머릿속에는 먼저 "안 된다!"는 사양의 의지가 남다르게 있다. 남편이 그런 편인데 막내의 강한 프로 정신으로 남편의 성향을 알았다.


저녁으로 보쌈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는 우동을 끓여 먹겠다며 봉지를 뜯었다. 막내는 가스레인지에 즉석 우동을 끓여 식탁으로 가지고 왔다.

"콩국수, 내일 한 번 더 먹어야 돼. 콩물 남았어!"

나는 맛있게 먹고 있는 막내에게 말했다.

"괜찮아, 먹을만했어."

막내는 우동을 먹고 있느라 답을 잘했고 연달아 콩국수를 질려하지 않고 먹겠다고 한 건 신기했다.


다음에도 콩국수 만들 때 마법의 액체를 꼭 넣어야겠다.

이 엑기스는 아무도 모른다. 챗GPT도.

나만 아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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