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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이가 굽는 식빵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고?"

"응, 그만큼 집이 편안해졌다는 얘기야!"

며칠 전에 막내가 말했다.

네 발을 몸 안으로 감춰 앉은 모습이 식빵 같아서 고양이의 그런 모습을 “식빵 굽는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오늘은 큰딸과 연근이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샴 고양이 특성상 소리가 빈번한데, 특히 밤에 잘 때 소리를 내서 새벽에 몇 번이고 깨게 된 게 화근이었다.

"연근이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

"고양이들은 원래 야행성이라 바꿀 수 없어요."

"그럼, 고양이에게 무조건 맞춰줘야 하니?"

"애완동물 길들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가 가르치면 달라질 수도 있어! 밤에 잠을 자야지!"

"아니에요, 바꿀 수 없어요!"

큰딸과 막내는 한마음이었다.

"아냐, 낮에 실컷 놀아주고 잠을 안 재우면 밤에 잘 거야!"

"안 된다니까요!"

이번엔 아들까지 합세해서 맞섰다.


"엄만, 고양이에 대해 좀 알아보시라고요?"

불만이 있는 큰딸의 말은 가시같이 느껴졌다.

“보이즈 2 플래닛” 볼 시간에 내가 보낸 고양이 동영상을 좀 보고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라고요!"

"뭐라고? 엄마가 하루 종일 그것만 보니? 뉴스를 더 봐! 그리고 엄마가 고양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고! 내가 캣타워니, 장난감이니, 연근이를 위해 챙기는데, 너희들보다 관심이 많다고. 어떻게 그렇게 얘기하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큰딸과 나의 갈등은 선을 넘고 있었다. 나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인 “보이즈 2 플래닛”을 보며 취미생활처럼 즐겨보고 있는데 그걸 큰딸이 문제 삼는 거였다. 나도 질세라 불만이었던 걸로 맞받아쳤다.

“네가 늦게 자니까 연근이를 봐주면 되잖아, 울지 않게!”

“엄마, 나도 자야 된다고요! 낮에 내가 연근이를 계속 보고 있는데....”

“그게 돌보는 거니? 네 방에서 같이 자는 거지! 낮에 자니까, 연근이가 밤에 못 자는 거라고!”

“엄마는 왜 단정 지어요!”

요즘 늦게 일어나는 아들에 기분이 상해있었는데, 오후 2시에 일어나 밥 먹겠다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에 기분이 더 나빴나 보다. 불똥이 고양이 연근이에게 쏠렸다가 연근이의 “야옹~”소리에 잠을 설쳐 예민해진 나는, 큰딸과 막내에게까지 화가 미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 자녀가 합세해서 나무라는 말에 너무 서운했다.

무시, 무시, 무시.....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나는 다른 어떤 때보다 예민해지고 화가 나는구나!’




연근이가 굽는 식빵에 웃고 코로 부비는 붙임성에 끌리고, 잠 못 들게 하는 울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세워지고 화가 난다.

처음엔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집에 늘 있는 게 어색했는데, 2주쯤 지나 적응이 되면서도 불편한 동거에 예민해진다. 막내아들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그래도 동물이지!'라는 생각도 들며,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겼다.

어떤 땐 “아줌마가 밥 줄게!”라고 말하다가 “아니지.”하며 “엄마가 밥 줄게!”라고 말을 바꾸면서 연근이를 대하고 있다. 말을 바꾸면 생각과 감정이 바뀐다. 내가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연근이의 엄마라고 생각했을 때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위해주는 걸 느낀다.

연근이가 와서 막내가 딸에서 아들로 바뀌었다. 자식들마다 힘든 점이 다르고 사랑스러운 점이 다르듯, 연근이도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어찌 보면 동물이라서 더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동물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자신의 느낌을 “야옹~”이라고 자주 표현해 주고, 밤 잠을 못 들게 울어대더라도 그건 자연스러운 행동인 거다.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 급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큰딸은 친구와 저녁 약속 있다고 나가고, 아들과 막내가 내게 차근차근하게 말했다.

“금방 바뀌지 않아요. 원래 고양이는 야행성이잖아요. 천천히 조금씩 훈련시키면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알았어, 엄마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

나는 연근이를 생각하면서 자녀들을 대할 때 조급함이 있다는 걸 느꼈다.

애완동물을 키우면서도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창 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오늘도 빵을 굽는 연근이의 자세와 꼬순내 피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저물어 가는 하루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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