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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Jun 05. 2024

'아카데미 남명'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다음 달이면 '아카데미 남명' 수료식이 있다. 지난해 9월에 시작하여 그 사이 여러 계절이 지났다. 이제 강의를 기다리는 마음은 일상이 되었는데 수료를 앞두고 있어 많이 아쉽다.


중간관리자의 덕성을 함양하고 지역을 이끌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바람으로 개설된 '아카데미 남명'은 (주)남명사랑 상임대표이며 경상국립대학교의 명예교수이신 김영기 교수님이 발족하셨고 경상국립대학교의 총장과 경상남도 교육감, 진주 시장을 포함하여 18명의 고문단과 14명의 대표단이 함께 주최했다.


또한 지역 언론인 서경방송과 경남일보가 후원하여 그야말로 이 강좌에 거는 기대와 열망은 전국의 강사진을 불러오고도 남았다.


그 시작을 놓치지 않고 강의를 듣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일 년 여의 기간 동안 만나게 된 전국구의 석학이 몇 명이며 소개해주신 보석 같은 책이 몇 권이던가? 그 강의와 책과 사람들 덕분에 정말 복이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눈과 귀가 트이고 잠을 설쳤으며 무엇보다 읽고 쓰는 과정에 이정표가 되었다.


지난해 가을 첫 강의에서 만났던 '다시 찾는 7천 년 우리 역사, 이덕일의 한국통사'를 계기로 역사 바로 읽기의 단초를 달았다. 또한 경상우도를 넘어 영남학의 대표 실천 유학자인 남명 선생님은 조선의 천재이며 민족의 스승임을 알게 되었고 그분의 뜻을 알리고 나누고 싶었다.


남명 조식 선생님은 암울한 조선 중기의 시대를 절감하고 본인의 입신을 접었다.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던 양반들이 중국에서 조차 인간의 계급지배를 정당화해서 비판하던 주자학을 신봉하며 백성들의 삶을 외면하던 시대였다.

 

그 시절 유가는 물론 노장과 불학, 과학을 포함하는 잡학 분야까지 섭렵하여 통섭의 학문을 이룬 남명 선생님은 초야에서도 목숨을 건 바른 직언으로 임금과 조선 양반 사회를 놀라게 한 어른이었다. 사후에는 선조 광해군 정조 세 군왕이 제문을 내려 제사를 지내게 한 어른이다.


그럼에도 인조정변 이후 서인과 남인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몰린 내암 정인홍의 스승이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400여 년간 금기어가 된 분이다. 그러니 남인의 스승이었던 퇴계와 율곡은 알면서 남명 조식 선생님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온종일 손안에 든 컴퓨터로 세상과 접촉하는 시대다. 그 정보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고 또 찾는 건 무엇일까? 앎이 많아졌음에도 정신은 약해지고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모바일 폰에서 찾는 건 무엇일까?


사람을 세우는 정신의 기준은 어디에서 올까. 우리가 배운 학교 교육과 사회에서 배운 지식들은 그 답을 주기에 부족했다. 스스로를 볼 수 있는 눈과 주위를 이해하는 눈,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는 시각을 갖는 기회. 그건 스스로의 몫이 컸다.


'아카데미 남명'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고 계기를 주는 강의였다. 그런 기회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인문학과정은 그래서 여러 고찰 방법이 있어왔을 것이다.  


'아카데미 남명'이 더없이 필요한 이유다. 이 지역을 넘어 누구나 듣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침 같은 이야기다. 후세들을 위한, 후세들이 있는 선배들이라면 필히 듣고 고민해야 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진실이다. 21세기 우리 문화를 세울 그 밑그림, 정신을 세우는 이야기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손을 내밀어 그 정보를 잡는 자 만이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아카데미 남명'같은 과정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삽화:조정심)


(삽화:조정심) (남명 조식 선생님이 품에 지니고 다닌 '경의검'이다. '내명자경 외단자의'(내 안을 밝히는 것은 경이며 내 밖을 결단하는 것은 의이다)라는 글을 새겨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욕을 즉석에서 베어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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