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l 16. 2024
고맙다는 말이 전하는 사람의 향기
언젠가 손위 형님이 물었다. 뭘 해먹이고 어찌 키우냐고. 키 크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 대한 덕담이기도 했다. 그 말에 반성도 하며 가만 생각해 보니 평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저 고마웠으니까. 알아서 제 공부하고 엄마까지 챙기는 딸들이 늘 고마웠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그 말은 내 엄마에게서 많이 들은 말이었다. 우리가 자랄 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는 늘 밥을 차려 주셨는데 마주 앉아 바라보던 엄마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엄마 말씀은 그랬다. 반찬이 없으면 다른 애들은 젓가락으로 밥알을 세는데 나는 휘 둘러보고 국에 말아서 한 그릇을 후딱 비웠단다. 반찬이 있으나 없으나 늘 한 공기 다 먹었었다고. 엄마가 칭찬하는 게 좋아서 더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엄마는 앞에 앉아 늘 '고맙다, 고맙다' 하셨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는 늘 어린 자식이었고 그마저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지나 보니 잘 먹고 건강해서 효도했다는 생각도 든다. 출세하고 자주 오지 못해도 자기들 잘 살고 건강한 것만으로도 효도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지인들과 선후배 사이에서도 그 논리는 그대로 적용됐다. 굳이 깊은 유대가 없어도 건강하게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소식이 들리면 그저 반갑고 고맙다.
관련 부서에 발령받아온 오래된 그러나 잘 몰랐던 지인과 식사를 했다. 나보다 대여섯 살은 선배인데 먼저 연락해 오고 차를 태워가서는 굳이 밥까지 샀다. 본인이 만든 차를 대접한다고 하여 사무실까지 들렀다가 내려온 지금 마음이 참 이상하다. 나는 그러고 있나 싶어진 것이다.
사람의 향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유년에는 받기만 했던 엄마의 향기가 있었는데 나는 자식을 키우며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살아만 온 건 아닌지. 그래서 무취 무향이었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자신들만의 고유한 향을 가진 이들이 참 많음을 그건 또 서로 나누고 교류할 때 생기는 향기임을 느낀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행동의 변화를 끌어냈으리라. 보이지 않게 전달된 것이 진심이 담긴 향기겠다.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그 향기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고 입은 사람이 건넬 수 있는 진심이기도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