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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공 Feb 24. 2024

주머니 속 사탕

  보통은 안 입던 옷에서 돈이 나올 때가 많다는데, 내 옷 주머니에선 사탕이나 젤리가 나온다. 아이들이 주고 간 흔적이다. 내가 삥 뜯어 놓고 까먹은 것도 있다. 특히 셔츠나 외투의 윗주머니에서 잊었던 간식을 자주 발견한다.


  예상보다 길어진 행사에 졸음을 느끼던 중 가슴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우리 반 아이가 준 청포도 사탕이 오른쪽 가슴주머니에서 나왔다. 유독 반갑고, 달았다.

이제 떠날 학교라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아이들의 삶에 내가 남겨둔 달콤한 것들도 점점 소진될까? 아이들이 내게 남겨준 달콤한 것들은 언제까지 내 생에 머무를까?


  속으로  오래 단맛을 곱씹는다. 서로가 남긴 쓰라린 것들만 금방 녹아버려라. 달콤한 추억은 흐릿하게나마 마음 안쪽에 수납되어라. 기대하지 못했는데 주머니에서 발견한 사탕처럼 또 언젠가 삶에 작은 기쁨을 선사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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