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상담할 수 있을까

by rio


바로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부여받지는 않았다.

당시의 회사는 현장소장의 부재가 가장 큰 이슈였고, 부득이하게도 디자이너로 뽑힌 내가 남자인 덕분에

한동안은 소장으로 지냈었다.


다행인 것은 흔히들 얘기하는 애기소장을 길들이는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컴퓨터와 제도판 앞에 있던 내가 바로 장으로 들어가게 되니, 설렘보다는 무서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로 오전을 맞이하게 되면,

알 수 없는 용어들과 디테일들이 남발하는 현장 미팅을 겪고서 바로 뇌리에 스친 생각은

'아, 나만의 철학을 녹였던 졸업작품과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역시 약 1년의 우당탕탕거리는 세월을 지내게 되면서, 그래도 실수가 급격하게 적어진

애기티를 살짝 벗은 현장소장으로 지내고 있었다.


이 시절에 회사는 내부적으로 디자이너와 현장소장을 구분하지 않고, 매니저라는 직책으로서

전화로 응대하며,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견적까지 도출하여 계약으로 이끄는

또한 디자인 시안을 잡으며, 자재 미팅과 동시에 현장소장 및 as까지 진행하는

즉, 마치 1인 사업가처럼 활동할 수 있는 구조로 변모하였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나에게 적절했던 내부 변화였고, 나를 두 단계 이상 발전시키는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디자이너로 입사했으나 현장부터 시작한 나에게 책상에 앉아서 마주하는 미팅과

디자인 시안을 잡고 자재를 제안해드리는, 내가 능동적으로 이끌어야하는 상황들은 그렇게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았었다.


결국 이 회사를 결국 약 5~6년 간 다니며, 결국엔 단일 매니저 기준 혼자서 연 35억의 매출을 회사에

제공하게 되었다. 35억이 대형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인테리어 회사에서는 작은 규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몸담았던 회사는 아파트인테리어 전문업체였다. 그 때 당시 토탈인테리어는 평당가가

약 200만원 선에 머물러져 있었다.

난 그 때 당시 상담부터 as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달에 약 3건 이상을 혼자 진행했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까??


회사를 다니며 달에 약 20~30명의 소비자분들을 상담하며 깨달은 점 중 가장 크고 중요한 포인트는

내 앞에 앉아 계신 이 분을 단순히 소비자로 보는게 아니라 내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초에 문의를 주셨을 때는 회사의 네임벨류를 보고 오셨겠지만, 문의를 한다고 모두가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회사 내부로 유입이 된 순간 그 다음부터는 1차 미팅의 이미지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미 사무실로 미팅까지 오신 분들에게 회사를 소개하며 포트폴리오를 펼치며 우린 이정도까지 한다라는

자랑의 pt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당사자인 우리보다도 회사 포트폴리오를 수십번 보고 오셨을 분이다.

물론 강점을 안내해드릴 수는 있다. 매일 현장사진을 보내드린다던지 저희 사와 메인으로 공사하는

A급 시공팀들을 배치한다던지 등등 다양한 어필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어느 회사든 실행하는 것이기에 강력하게 말할 필요는 더욱 없다.


상담의 키포인트는 '같이 고민해준다.' 라는 것을 반드시 1차 상담 미팅에서 미래의 내 팬에게 각인시켜야한다. 물론 1차 상담 미팅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사의 내용을 이야기하며 계약 전의 견적서를 만들 기계적인 미팅으로 자칫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역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표면상으로만 견적을 위한 상담 미팅일 뿐, 결국엔 나와 미래의 내 팬과의 신뢰를 쌓는 가장 중요한 반석의 과정으로서 인지해야한다.


그렇다면 '같이 고민해준다.'는 대체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답은 준비에 있다.

상담을 받게될 현장의 도면을 미리 뽑아본다. 동시에 상담 오시기 전 몇 가지 질문 사항들을 전달하여

사전 답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 부분은 회사의 도움으로 어플이나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브랜딩화시켜 트렌디 하게 진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어떠한 질문을 사전에 받아야 1차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과한 질문은 필요하지 않다.

간단한 라이프스타일 정도면 충분하다. 가족 구성원 수, 반려견이나 반려묘 등 반려동물의 유무, 생각해본 각 방의 역할 등 큼직한 질문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질문들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진심어린 연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상담은 내 앞에 있는 분을 팬으로 만드는 자리로서 나아가야한다. 집에 돌아가 가족과 먹는 저녁식사에 내 이야기가 화두로 나와야한다.


가족 분들 중에 나이가 지긋하신 구성원이 계시다면, 현관에 신발장과 벤치를 동시에 제안할 수도 있다.

자녀를 계획하고 있는 신혼 부부 이시라면, 애기방의 수납을 제안하며 추후에 어차피 애기들 용품으로 덮여질 상황을 대비해 화이트톤의 도화지같은 인테리어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 때 제안은 맺음말로 끝나서는 안된다.

1차 상담에서 우리가 할 말은 대부분이 마지막에 물음표가 붙어야한다.

그리고 그에 호응하는 내 팬의 대답은 '좋아요'가 다수 나와야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연스레 '나'에게 상담오는 모두가 '좋아요'를 연발하는 '팬'으로 변모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들이 나에게 '좋아요'를 줄 수 있을까?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이 업은 자연스레 내 얼굴에 가면을 씌울 수 밖에 없다.

결국 '나'를 위한 업이어야하는데, 몇 년이 지나게 되면 어느 순간 현타라는 것이 오게 된다.

실제로 나도 이 순간을 겪었었고, 기계적인 상담이 되어 진심어린 연기가 나오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 꺾임을 난 어떻게 극복했을까?

난 여태까지 남을 내 '팬'으로 만들 생각만 했지 내 스스로가 나의 '팬'이 될 생각을 안했던게 문제임을 깨달았었다.


어떠한 문제가 다가올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결했을 때 한 마디만 해주면된다.

'역시 난 기가막혀.'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어야한다. 내가 나를 대견해해야하고, 칭찬해야하며, 상을 부여할 줄 알아야한다.

나의 1호 팬은 '나'여야하며, 언제든 무엇을 했던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

이 태도는 자연스레 당당함을 가져오고, 포용성을 표출시키어 제 3자가 봤을 때는 타인과 비교불가능한

친절함으로까지 이어진다.


자기 전에 한 번만 오늘을 되짚어보자

오늘 나의 행동에 '좋아요'를 남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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