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설비'를 갖출 수 있을까

by rio

주방의 물은 어디서 나오고 어디로 나가는 것일까

우리가 샤워하는 물은 어떻게 따뜻하게 나오는 것일까

요리하면 나오는 이 냄새와 연기는 어떻게 밖으로 나가는 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생각보다 이러한 이슈를 크게 고민하고 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설비'는 인테리어 할 때 어떻게 해서든 안으로 숨기고 가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원군 같은 공정이다.


내부 디자인이 아무리 화려하고 귀한 자재만 사용했다 하더라도 설비 공정이 잘못된다면 실질적인 생활을 거의 불가능해진다. 과일과 야채를 씻어서 국을 끓여 요리를 하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처리하며 샤워를 하고 양치를 하는 등의 모든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행동들은 설비시설에 의해 가능한 일들이다.


설비는 겉모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빛을 내세우지도 않고, 장식을 더하지도 않는다. 다만 물을 흘려보내고, 공기를 순환시키며, 계절을 견딜 수 있는 온도를 마련한다. 그 역할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 위에 삶의 복잡한 하루가 얹힌다.


이 성격은 사람의 삶과 닮아 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표현보다, 안에서 조용히 순환하는 습관과 원칙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작은 규칙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하고, 신념 하나가 긴 시간을 지탱한다. 누구도 보지 않지만, 결국은 그것이 존재를 흔들림 없이 붙잡는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눈에 보이는 직업, 학력, 외모만으로 평가하려 들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내부의 설비다. 내 사고를 순환시키는 작은 습관들, 나를 지탱하는 신념과 원칙들, 감정이 무너질 때마다 다시 균형을 찾아주는 생활의 리듬들. 이런 설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외부의 변화와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설비는 처음에는 투자가 아깝게 느껴진다. 비용이 크지만, 당장은 눈에 띄지 않고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는 드러난다. 사소한 고장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일상을 지켜주는 든든함, 눈에 보이지 않는 평안. 이것이 바로 설비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겉으로 번쩍거리는 외관을 치장하기보다, 내 안의 설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삶. 그것이 진짜 견고한 삶의 태도다. 남들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살아내는 하루하루의 안락함은 그 설비 위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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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창문을 닫아도 실내가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은 난방 배관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다. 여름날 아무리 습기가 차올라도 집 안 공기가 맑게 유지되는 것은 환기 라인이 보이지 않게 숨을 쉬어주기 때문이다. 수도관이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줄 때, 삶은 사소한 불편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설비가 주는 선물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평안’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는 하루, 그러나 그 이면을 지탱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배관과 전선, 그리고 그 안을 흐르는 물과 전류다. 눈부신 인테리어가 잠시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설비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붙들어준다.


그래서 삶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번쩍거리는 외관을 치장하는 일보다, 안에 숨은 설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습관이라는 배관이 막히지 않도록 돌보고, 믿음이라는 전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연결해야 한다. 남들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하루하루의 안정감은 그 설비 위에서만 가능하다. 보이지 않지만 흔들림 없는 구조, 그것이야말로 삶을 오래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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