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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작가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을 모르면 그의 동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글의 주제는 작가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인데, 조지 오웰이 살았던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20세기 초중반의 작가들은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특정한 정서적 태도를 갖게 되고 거기서 결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코끼리를 쏘다>에 수록된 7편의 에세이는 조지 오웰의 삶에서 전환점이 되는 시기 혹은 영향을 크게 받았던 시기를 회상하는 형식의 산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조지 오웰이 왜 <동물농장>과 <1984>를 썼는지, 쓸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조지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이다. 1903년 6월 25일 인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영국령 인도행 정부 아편국 소속이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영국으로 돌아온다. 1911년 영국 남부에 있는 예비학교인 세인트 시프리언스 기숙학교에 입학하여 5년 동안 다녔다. 이곳에서 상류계급과의 심한 차별을 경험한다. 학업 성적이 우수하여 명문 이튼 칼리지에 진학 후 졸업하고 인도제국경찰에 지원하여 1922년 미얀마로 발령받는다.
5년간 미얀마와 인도에서 경찰로 근무했다. 이때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악에 통감한다. 1928년 경찰직을 사직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불황속의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 사이에서 극빈생활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첫 작품 <파리와 런던의 바닥생활>를 발표하고,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식민지 백인 관리의 잔혹성을 묘사한 <버마의 나날>로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는다.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의 가난한 삶을 그린 <위건 부두로 가는 길>를 발표한다.
1936년 12월 스페인 내전이 반발하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원입대한다. 이때 스페인 혁명의 가로막는 세력이 오히려 좌익임을 발견하였고 내부의 격심한 당파 싸움에 자신이 소속된 통일노동자당이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건너갔으며 이때 그가 느꼈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의 기록을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1938)로 출간하였다.
조지 오웰은 이때부터 정치적인 성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결핵으로 건강이 나빠지자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하고 모로코에서 요양을 했으며 1940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 민방위대 부사관으로 일했다. 1941년 영국 BBC에 입사하여 2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였고 1943년에는 어머니가 사망하고 트리뷴지(誌)의 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현실세계를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8살에 사립 예비학교에 입학한 조지오웰은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야뇨증에 걸린다. 상류층 자제들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처럼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경험을 뒤돌아보는 글이다. 속물근성인 학교와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 심각한 인격모독까지 아이들에게 가혹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글이다.
사립학교는 세인트 시프리언스보다는 재미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내게 이질적인 곳인 건 마찬가지였다. 필수준비물이 돈, 작위 있는 친척, 운동실력, 개인맞춤옷,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매력적인 미소인 세상에서 나는 쓸모없는 존재였다. P.88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인도제국경찰에 지원한 조지 오웰은 반유럽정서가 심한 미얀마로 발령을 받는다. 동양에 나와 있는 제국주의 경찰의 모든 생활은 조롱당하지 않으려는 하나의 기나긴 투쟁이라고 말하는 조지 오웰. 어느 날 코끼리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축동면서 소총을 챙기고 나갔지만, 사실 코끼리를 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몰려든 2000명의 시민들 앞에서 결단력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코끼리를 쏜다.
그날 나는 코끼리를 쏘아야만 했다..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손에 소총을 들고 2천 명을 뒤에 달고 여기까지 행진해 놓고 이제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약하게 움찔움찔 뒤로 물러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겉보기에는 연극의 주인공이었지만, 실제로는 우스꽝스러운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P.112
침략자가 있으면, 침략을 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립되고,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인다. 어느 쪽이 나쁘다가 아니라 어떤 입장에 놓였는가에 따라 그 안에서 갈등의 씨앗이 자란다. 조지 오웰 입장에서는 얼굴 노란 동양인들 앞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코끼리를 쏘아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그 자리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지 오웰은 제국주의 경찰이었지만 마음의 동요를 심하게 느꼈고, 글을 통해 그때의 괴로움을 고백하고 있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은 어렸을 때부터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이 하는 것과 본 것들에 대한 단순한 묘사하기를 통해 문학적 수련을 병행했다. 적당한 단어를 찾아 헤매고 세부 묘사와 빼어난 비유가 가득하고 부분적으로 미사여구도 아낌없이 들어간 묵직한 자연주의 소설을 쓰고 싶었던 조지 오웰은 그러나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글의 주제는 작가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우리 시대 같은 격동과 혁명의 시대에는 그렇다. 작가는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특정한 정서적 태도를 갖게 되고 거기서 결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예술은 정치와 완전히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자체도 정치적인 태도다. P122
5년 동안 미얀마와 인도에서 경찰로 근무하며, 제국주의의 모순과 한계를 느끼고 유럽으로 돌아와 파리와 런던에서 밑바닥생활을 경험하고,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조지 오웰은 이런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깨닫는다
멋지게 쓰기보다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적으로 자각하며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융합하려 노력한 최초의 책이다.. 어떤 사상이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알고,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조지 오웰은 초반의 자연주의 소설을 쓰기로 했던 결심을 바꾸고, 사상과 가치를 소설 속에 담았다.
얼마 전 읽었던 조지 오웰의 에세이 <책대 담배>가 글을 쓰는 사람과 책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코끼리를 쏘다>에서는 조지 오웰의 생생한 경험과 그 경험이 어떻게 작품으로 이어지는 지를 알 수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4편의 에세이가 겹쳤다. 이틀 동안 조지 오웰에 빠져 있었다. 일단 <나는 왜 쓰는가>와 <카탈로니아 찬가>를 주문했다. <책대 담배>와 <코끼리를 쏘다>에 수록된 산문들이 합쳐져 있는 책이다.
조지오웰은 1903년에 태어나 1950년에 세상을 떠났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을 경험했고, 예술적인 작품을 쓰고 싶었으나 격동의 시대를 사는 자신은 그런 글을 쓸 수 없음을 깨닫고 정치적인 글을 썼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목표가 분명했기에 그는 <동물농장>과 <1984년>을 썼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겨주고 있다.
문득 같은 시대를 살았던 작가들 중에 조지 오웰과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의 작가들은 식민지시대에 어떤 글을 썼을까?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이상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던 윤동주가 생각났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너무도 다른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다 간 그때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본다. 조지 오웰을 정치적인 소설가로만 생각했었는데 산문집 두 권을 읽으며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23년에 블로그에 쓴 글을 브런치에 가공해서 올린 글입니다.)
연재가 끝났다. 마지막에 어떤 책을 넣을까 고민했다. <책만 아는 바보는 행복합니다>는 책을 조금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만의 작은 책장이었다. 놀러 온 브런치 작가님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이들만 골라 넣었다. 누군가 만나면 선물하고 싶은 책들이다.
책을 좋아하고, 활자중독처럼 책을 읽는다. 빨리 읽고 많이 읽고 혼자 뿌듯해한다. 어떤 책은 재미있고, 어떤 책은 머리를 때리고, 어떤 책은 가슴을 울린다. 모든 책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어떤 책은 표지만 보고 고개를 돌리고, 어떤 책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제 그것을 인정할 시간이 왔다. 나의 독서는 비뚤어졌다. 따라서 내 머릿속도 균형을 잃고 삐그덕거린다. 중심을 잡지 못하니 중요한 순간에 비틀거리며 넘어진다. 5월에 근아작가님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할 책들을 읽고 있다. 이제야 알겠다. 머리가 왜 아팠는지. 강력한 저항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구나. 나는.
<책만 아는 바보라 행복합니다>의 연재가 끝났다. 다음 주부터는 머리를 깨는 독서(가제)로 연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전까지 밑줄을 치고, 필사를 하는 독서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책을 읽으며, 글을 파서 나에게 새기는 독서를 한다. 빨리 읽는 게 습관인 나에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것.
오늘부터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