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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by 레마누

얼마 전에 4.3 보상금을 받았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4.3 때 희생된 가족들이 한 두 명씩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나와 연관될 줄은 몰랐다. 돌아가신 분은 외할아버지의 형과 동생이었다. 원래는 엄마가 받아야 할 보상금이었는데 엄마가 안 계시니 우리 4남매와 아빠에게 골고루 보상금이 나왔다.


오랜만에 이모와 통화했다. 이모는 엄마가 주는 거라며 잘 쓰라고 했다. 10년 만에 엄마의 용돈의 받았다. 사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혹은 지금처럼 뜬금없이 돌아가신 이름으로 나오는 무언가가 있을 때 불쑥 나타난다. 잘 살고 있었는데, 죽은 엄마 대신이라는 말에 눈물이 나왔다. 전화기 너머 이모의 목소리가 엄마와 똑같을 때, 아침에 세수하다 내 얼굴에서 마흔 넘은 엄마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서랍에서 찾아낸 빛바랜 사진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엄마가 웃고 있다. 나보다 젊고 예쁜 엄마를 보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리움은 사라지지는 않는다.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문득 찾아온다.

기억은 일방적이고, 편파적이어서 내가 기억하는 엄마와 동생들이 혹은 타인들이 기억하는 엄마가 다를 수 있다. 그렇게 조각난 기억들을 하나둘씩 묶었다. 엄마가 있었으면 잘했다며 환하게 웃었을 텐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아쉬움이고 후회뿐이다. 글을 쓰며 엄마를 보내고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엄마를 잡고 있으면 엄마도 힘들다.


엄마는 엄마 방식으로 생을 살다 갈 때가 돼서 갔다. 그건 안타깝지만, 자연스러운 이별이었다.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었다. 나를 세상에 중심에 놓고 살아서 그것을 몰랐다. 엄마를 하늘로 놓고 살다 보니 엄마가 죽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리움은 더 이상 슬픈 감정이 아니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


첫 책은 무조건 엄마에게 바친다.라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엄마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아무 이야기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울면서 글을 썼다. 글을 쓰며 엄마를 만났고, 이제 엄마를 보내드리려고 한다. 어쩌면 엄마도 그걸 원할지 모른다. 엄마는 없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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