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tish Museum(대영 박물관) 인접한 한 인도에
비둘기 한 마리가 눈을 감은채 죽어있었다.
그 옆으로는 꽃 몇 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마음 아파하며 가져다 놓은 것 이리라.
동물 학대로
말로 표현하지 못할
끔찍한 상황을
끊이지 않게 접하고
사는 우리에게,
꽃 몇 송이가 주는
무언의 메시지는
매스컴에서
동물 학대 금지를 외치는
수만 번의 캠페인 보다
큰 울림으로 마음을 흔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본
The Hours란 영화가 떠올랐다.
버지니아 울프로 분한
니콜 키드먼이
죽은 작은 새를 발견하고
보듬어주고,
한 손으로 쓰담쓰담하고,
땅에 내려놓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몸을 낮추고,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얼굴로
망연히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기억이 흐려져 가물가물하지만,
그녀도 꽃 한 송이를
새 옆에 놓았던 것 같다.
세상엔 하찮은 생명체는 없다.
비록 작은 미물일지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죽은 새의 영혼이 꽃과 함께 하늘을 훨훨 날기를 바랐다.
김정준, 꽃과 새, Lithography(석판화), 35 x 3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