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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Nov 13. 2024

가을의 멋





가을은 단풍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감나무가 피운 가을꽃(?)도 장관이다. 가을의 맑은 하늘과 햇살, 가을의 이슬과 바람을 먹고 피어난 꽃이라서일까 보석처럼 빛난다.


봄에 피는 하얀 감나무 꽃은 연녹색의 잎사귀에 얼굴을 숨긴 청순한 소녀라면, 가을에 피는 주황색 감 꽃(?)은 한껏 치장한 여인네 같은 자태다.


내장산의 단풍과, 내장사 주위를 에워싼 감나무에 핀 꽃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백양사를 향해 운전을 하다가 나는 눈에 확 띄게 시선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다.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도로가에 차를 세웠다.


도로를 따라 시골 가게들이 정겹게 몇 집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껍질을 깎은 감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옷을 벗은 감들은 노란 속살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감은 생명을 다 한 후에도 또 한 번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아냐 갈라치오(Anya Gallaccio)라는 이태리 출신이지만 영국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 설치 미술가가 떠올랐다.


그녀의 작품 중에는 실제의 빨갛게 잘 익은 사과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나뭇가지에 걸쳐놓은 작품이 있고, 빨간 아프리카 민들레(Gebera)를 대형 발에다 수백 수천 송이를 꽂아 벽에 걸어놓은 작품들이 있다.


우리 주위를 눈여겨보면 유명한 예술가들의 설치미술 작업보다 더 멋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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