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기력이 왕성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행동이 둔해진다.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생각은 나이에 걸맞게 변하지 않고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이까짓 것쯤이야, 이 정도는 새 발에 피지, 젊은이 같은 패기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서슴없이 감행한다.
한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70대 중반의 지인 한 분은 퇴직과 함께 풍광 좋은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2년 전, 집 앞에 웃자라 보기 흉한 정원수 가지치기를 위해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일을 하다가 힘에 부치고 균형을 잃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상태가 심각했다. 머리와 척추, 골반을 심하게 다쳤는데, 골절된 곳도 있었다. 사다리에서 떨어지며 혀를 깨물어 앞부분이 너덜거릴 정도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래도 잔디밭에 떨어졌기 망정이지 시멘트 바닥이나 돌이 있는 곳이었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움직이고 걷고 활동하는데 여전히 불편하다. 혀의 상처로 인해 아직까지도 말이 어눌하다.
오래전 이긴 하지만 한 친구의 80을 바라보는 노모는 친구분들과 시골을 여행하시는 중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수령이 오랜 감나무를 발견했다. 어려서 과일을 따기 위해 나무에 오르내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망설이지 않고 감나무에 올라갔다. 손을 뻗어 감을 따려는 순간 두발을 딛고 섰던 나뭇가지가 꺾이면서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구순에 이승을 떠나기 전까지 그 후유증으로 불편을 달고 사셨다.
나이 이기는 장사 없다. 나이가 들면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겸손한 생활자세는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