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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4)

by 김정준








친구 모친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부고를 받고 병원 영안실을 찾았다.


슬픔에 잠긴 상주에게 조심스레 위로를 건네고,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벗어놓았던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눈을 크게뜨고 살펴봐도 없었다. 새로 산, 그것도거금을 투자한 구두가 사라지다니 당혹스럽고 화가났다.


밖에는 차가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맨발로 젖은 길을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난감함에 앞이 캄캄해졌다..


이를 어쩐다?

고심하던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다른 사람의 구두를 신고 가야지 하는 불량한 생각이었다.


눈여겨 살펴보니 상태가 깨끗한 구두가 눈에 띄었다.

주위를 훑으며 누군가가 있는지 확인한 후,

발을 구두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안돼!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내 마음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나는 재빨리 발을 거둬들였다,


심란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던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다행이었다.


무의식 속에서조차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양심을 지킨 나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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