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끝자락,
겨울이 문턱을 넘어섰지만, 코모(Como)의 주위 풍경은 계절을 잊고 방황하는 것 같다.
활짝 핀 꽃들이 있고, 푸르른 나무들과 곱게 물든 나무들이 있고, 잎을 떨군 나무들이 서있고,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하얀 눈을 덮고 누워있다.
둘레가 170Km, 하루에 8시간씩 걸으면 한 바퀴 도는데 5~6일이 걸린다는 바다 같은 코모호수는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이라서인지 속살까지 훤히 보여준다.
호수는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잔 물결로 가득하고, 그 주위로 겨울빛이 스며든 산자락은 음영이 드리워 펼쳐져 있다.
찬 공기가 볼이 얼얼하도록 싸늘하지만, 그 싸늘함마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빛에 따라 에메랄드, 코발트색으로 변하는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웅장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의 산, 호숫가에 늘어서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초겨울의 부드러운 빛 속에서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숱한 사람들의 발길은 분주하지만, 코모의 11월은 느리게, 그러나 묵직한 울림을 남기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깊어지는 겨울을 향하는 코모는 아직까지도 넉넉한 아름다움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나는 가슴 깊은 곳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