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 왜구(倭寇)와 벌교(筏橋)

by 역맥파인더

순조롭게 진행되던 경문왕(景文王)의 일본 찻잎(茶葉) 가공무역(加工貿易) 재개 사업(再開事業)에서 치명적인 결함(缺陷)이 발견되었다. 배였다. 일본 배는 신라 배 같은 평저선(平底船)이 아니었다. 뻘(갯벌)을 천연 정박(碇泊) 시설로 활용하게 해주는 평저선(平底船)이 문제가 되었다. 누가 봐도, 멀리서 봐도 모양새가 확연히 다른 신라 배와 일본 배였다. 평저선(平底船)으로 뻘(갯벌)에 쉽게 정박(碇泊)할 수 있는 신라선(新羅船)을 해적선(海賊船)으로 둔갑(遁甲)시킨다는 첫 단계(段階)부터 어그러졌다. 그렇다고 배 밑바닥이 원양항해(遠洋航海)에 용이(容易)하도록 뾰족하게 만들어진 첨저선(尖底船)으로 차(茶)를 운반(運搬)시킬 수는 없었다. 만약 차(茶)를 실은 채 뻘에 빠져 배가 갇혀 버리면 신라가 당나라의 허락 없이 일본 찻잎(茶葉)을 수입 가공해 차(茶)를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당나라에 알려진다는 건 실크 로드 상방에 알려진다는 걸 의미했다. 장보고처럼 암살당할 건 자명했다.

쿠시나메(Kushnameh): 김춘추가 일본 차(茶) 중계무역을 포기하자 사산조 페르시아가 망했다.

대마도에서 배로 싣고 온 일본 찻잎(茶葉)을 왜구(倭寇)로 가장(假裝)한 신라인들이 재빨리 짊어지고 마을로 노략질하러 들어가는 체하며 정해진 장소에 하역(荷役) 한 후 다시 신라인이 되어 사라지면 정해진 장소에 신라인 복장(服裝)으로 있던 일본인 상인들이 모든 거래상황을 확인한 후 다음번 항해(航海)에 왜구(倭寇)로 연기(演技)할 왜구로 변장(變裝)한 신라인들과 함께 타고 온 해적선(海賊船)으로 돌아와 일본으로 복귀한다는 계획이 근본에서 무너질 판이었다. 이때 나온 기발한 대책이 벌교(筏橋)였다. 나무로 만든 배인 뗏목을 뻘 위에 연속해서 놓아 뻘에 빠지지 않으면서 차(茶)를 나르게 하는 다리처럼 사용하자는 안(案)이었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이 언제나 동일한 지역이 조사(調査)되었다. 주변에 뗏목 건조용 나무가 많이 있는 지역이 탐사(探査)되었다. 솔메(솔뫼)라 불린 조계산(曹溪山)이 있는 지역이 선정되었다. 소나무가 많이 있다고 해서 산 이름이 솔매(솔뫼)인 조계산(曹溪山)이었다.

청해진을 대신한 거문도에서 출발한 차 무역 항로도(금강하구를 거쳐 한강하구 거쳐 백령도 도착)

찻잎(茶葉)을 싣고 대마도(對馬島)에서 출항(出航)한 배들은 해류(海流)와 해풍(海風)에 의해 뜰채 역할을 하는 거문도(巨文島)에서 잡아채져 정박(碇泊)된 뒤 곧장 고흥반도(高興半島)를 끼고 북쪽으로 조계산(曹溪山)이 있는 해안(海岸)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부터 표식(標識)처럼 뗏목들이 도로처럼 다리처럼 연결되어 마을로 이어져 있었다. 표식 덕에 뻘에 깊숙이 박히지 않고 정박(碇泊)한 일본 배에서 뗏목다리를 통해 찻잎(茶葉)들이 무사히 내려지고 왜구(倭寇)로 가장(假裝)한 신라인들도 신속히 오고 갈 수 있었다. 송광사(松廣寺)는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로 가득 찬 사원(寺院)이 되었고 지금도 승보사찰(僧寶寺刹)로 불리는 연유가 되었다. 경문왕(景文王)은 이런 묘책(妙策)을 낸 스님에게 옥(玉) 같은 지혜 또는 지혜(智慧)로 만들어진 옥이란 뜻의 혜린(慧璘)이라는 법명을 하사(下賜)했고 솔뫼에 길상사(吉祥寺)를 창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혜린선사(慧璘禪師)의 길상사(吉祥寺)는 송광사(松廣寺)로 후일 이름을 바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선국사(道詵國師)에 의해 조계산(曹溪山)엔 선암사(仙巖寺)와 향림사(香林寺)도 창건되었다. 조계산(曹溪山)이 있는 그 지방은 벌교(筏橋)다. 조계산(曹溪山)이 지금도 대한불교 조계종(曹溪宗)의 종산(宗山)인 연유다. 벌교가 군(郡)도 아닌 읍(邑) 이름임에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는 건 비단 태백산맥 때문만은 아니다. 벌교(筏橋)는 오늘날의 페니실린과 같은 역할을 하던 당시의 차(茶)를 간절히 원하던 세계인들에게도 일자리가 없어 굶주려 죽어가던 신라인들에게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벌교가 없었다면 그 혹독한 기후변화 속에서 더 많은 생명들이 스러져 갔을 거라고 서울대 박창범 교수가 인터넷 시뮬레이션으로 작성한 세계 기후변화 역사도는 보여주고 있다.


도선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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