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접하고, 며칠 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일반인들 시각에서 저는, 정신질환을 앓는 저는, 아마도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자격이 없는, 내가 환자나 보호자라면 만나고 싶지 않을 의사겠지요. 정신질환은 판단능력과 상관 없는 불면증, 정서 장애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저 자료를 뽑은국회의원도, 기사를 쓴 기자도 악의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신질환' 의사, 5년간 연평균 6228명이 2800만건 진료·수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294624i
제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 그간 해온 노력은 제 '정신병' 앞에서 당위성을 잃습니다. 저는 그저, '감히 정신질환을 앓는 주제에 그 사실을 숨기고 환자를 진료해 온 위선자, 범죄자'에 불과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싶지만, 이런 기사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 영혼은 크게 상처입고 움츠러 듭니다. 기득권이라는 전문의가 이럴 정도면, 다른 직종은 더 그렇겠지요. 힘들고, 힘듭니다.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칩니다.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정신질환을 앓고 싶지 않았습니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음으로써 양극성 장애의 발병을 막을 수 있었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되돌려 의학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도 진심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싶지 않았고,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힘들다는 감정은 곧 불면증의 악화와 자살 사고로 이어지지요. 아무나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았고, 개구리가 죽든 말든 사람들은 관심없지만 개구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살아남는 것, 그게 이번 시기 제게 닥친 임무입니다.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리고 집 안에 숨어있는 순간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립니다.
'정신병자 새끼가, 감히 사람을 살린다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