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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Dec 28. 2023

더 할 수 없는 경우의 수를 펼쳐본다

< 기획자의 실무_4 >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의미를 떠올려보고, 모아서 내려놓는다.      


   태권도 복합체험 시설 제안을 할 때였다. 무주의 태권도원에 태권도 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립되는 야외 생활체육형 시설이었다. 생활체육으로서 태권도의 가치는 신체단련을 통한 자기완성에 있다. 어떻게 하면 자기완성이 되는 것일까. 야외시설을 신체, 두뇌, 감각, 감성의 레벨을 높일 수 있는 완벽한 도전코스로 계획하고자 하였다. 자기완성의 길이라는 태권도의 목표를 일반인의 체험과 연결시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완벽한 도전코스는 대체 어떻게 구성한단 말인가. 도전도 쉬운 일은 아닌데 완벽한 도전이라니, ‘Perfect Challenge’라고 멋지게 적어 놓고 나는 완벽을 뒤지기 시작했다. 체험자 입장에서 ‘완벽한 도전’이 되려면 도전이 아닌 ‘완벽’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이럴 때 완벽한 경우의 수를 있는 대로 따져보는 것이다.      


  우선 완벽해질 수 있는 상황이나 행동의 결과를 있는 대로 나열해 본다.      


  문제를 해결한다면 완결完結의 의미이다. 빈틈없이 채운다면 완벽完璧하다는 의미다. 마침내 어떠한 결과를 만들었다면 비로소 완성完成이라 말한다. 임무를 달성했다면 완수完遂했다고 한다. 끝까지 달렸다면 완주完走라고 한다.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 없을 때 완전完全하다고 칭한다. 완전히 끝마쳤을 때 완료完了했다고 한다. 이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완벽한 도전은 ‘완결, 완벽, 완성, 완수, 완주, 완전, 완료’로 나눌 수 있었다. 


< 태권도 복합체험시설 제안_스토리라인 >

완벽한 도전을 ‘완결, 완벽, 완성, 완수, 완주, 완전, 완료’의 7개 도전코스로 구성

7가지 도전의미를 두뇌, 감각, 감성, 신체, 종합, 정신, 무의식의 도전 영역과 연결

7가지 도전에는 문제해결하기, 빈틈없이 채우기, 결과 만들기, 임무 달성하기, 끝까지 마치기, 나를 바로 보기, 내일을 위해 돌아보기의 구체적인 목표로 펼치기 

  

  스토리라인을 작성할 때는 주어진 주제 하에서 원하는 최고치의 목표를 향해 조금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세분화시켜 보는 것이 좋다. 전시는 한번 재생되면 끝까지 시청하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같지 않고 자신의 발걸음으로 공간을 움직여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중간에 이탈하기 쉽다. 즉, 기획자의 생각처럼 모든 전시물을 다 관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스토리 하에서 기승전결의 구조는 가지되, 다시 하나의 존, 한 개의 아이템에서도 완결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흥행전시를 관람할 때를 냉정히 돌아보자. 도슨트가 없거나 단체관람을 제외하고는 관람자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전시물 앞에서만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한다. 그리고 어떤 전시물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아니 보지도 않은 채 퇴장할 때도 수두룩하다. 그러므로 전시기획자가 설정한 주제 및 스토리라인이 의도대로 전달되려면 유치원생들 대상의 강제적인 주입식 단체관람 방식 밖에 없을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백 프로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전달되었다고 할지라도 사람마다 이해나 공감, 감동의 수준까지 가닿기는 어렵다. 즉, 주최자와 제작진이 의도하는 주제, 원하는 스토리대로 관람하길 바란다면 애초에 평면적인 러프한 콘티가 아니라 세밀하고 입체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한 것이다.   

   

  기획자는 선택한 단어가 더 나눌 수 없는 마지막이 될 때까지 치열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에 더해 자신 앞에 놓인 단어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뜻만으로 통용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나에게 비상은 뜻밖의 긴급하고 위급한 상황에서의 ‘비상非常’이 먼저인데, 다른 이에게 비상은 가수 임재범의 ‘비상飛上’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 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다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찾아내어야 한다.      


  전력문화관을 제안한다고 해보자. 여기서의 전력은 전류에 의한 동력(動力)을 의미하는 전력電力일 것이다. 하지만 전력을 에너지로 보자. ‘우리 올림픽 여자 배구팀이 전력을 다하는 경기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라고 할 때 전력全力은 어떠한가. 월드컵 축구 경기를 앞두고 ‘객관적인 전력은 우리가 한수 아래입니다.’할 때 전력戰力은 어떠한가. 전력을 늘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에너지라고 넓게 본다면 전류에 의한 전력電力, 모든 힘의 전력全力, 전투하는 힘의 전력戰力 모두 전력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함에 따라 더욱 한글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 여행가이드 책자에는 이제 강과 산을 river와 mountain으로 굳이 번역하지 않고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한다. 지난 세대가 고민했던 영문번역이나 한글에 대한 열등감, 한자에 대한 부담감 따위는 이제 어떤 문제도 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기획자가 어떻게 표현하든지, 아무도 틀렸다거나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정확한 의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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