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간 108배 도전기
휴직하고 남들처럼 학교를 다닐까 아니면 책을 쓸까도 생각했지만 우선 쉬는것이 급선무였다 한숨돌릴 틈도 없이 사춘기 절정에 달한 큰 딸이 가만두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내 욕심을 부리면 안되겠다 싶었다. 외식이 비싼 미국에서 삼식이가 된 식구들의 매 끼니를 위해 내 귀중한 휴직 시간을 몽땅 받쳐야했다. 24시간 집에서 식구들을 마주하니 갈등 수치가 올라간다. 내가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학교간 사이 교양강좌를 시청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청 후 행동하는 것은 별개였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에서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서 학생을 모집한다는 글이 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휴직때면 어김없이 찾게되는 삶의 지표 및 방향성에 대한 물음의 답을 10년전 수술 후 알게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불교대학을 다니면 알게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강좌가 개설된 덕분에 어느곳에서나 수강이 가능했다. 갱년기 와중에 사춘기 딸과 하루종일 씨름하다보니 감정의 소모가 컸다.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보다 내 마음 조절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신청했다. 학기 중간에 내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인 108배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약 40분(108배만 20분 소요)에 걸쳐 간단한 법문과 108배, 명상을 진행한다. 혼자 하면 작심 3일에 끝나기에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줌 미팅을 통해 공동 수행하고 카페에 한 줄 느낀 점을 정리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08배를 하고나면 하루를 본격 시작하기 전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하루를 준비 할 수 있다. 오늘의 경전에 나오는 한 마디 경구는 지난 하루를 반성하고 오늘의 마음 자세를 가다듬게 하다. 명상을 통해, 한 줄 작성은 순간 깨달음을 정리하게 한다. 괴로움없이 마음을 추스리려면 세상의 편견과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108배를 처음 했을 때 당이 딸리는지 토할 것 같기도 하고 다리와 허리 근육이 아팠다. 갑자기 등산을 다녀온 것 같았다. 한 달 동안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호텔 방에서도 해보고 카페트, 나무바닥, 돌바닥에서도 했다. 문제는 귀찮아 하는 내 마음이 문제이지 장소는 상관이 없었다. 내 마음이 가벼우면 108배를 할 때도 훨씬 수월했다. 머리로 생각에 그치지 않고 나를 낮춤으로써 불평을 없애고 사물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 되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세살버릇 여든 간다고 하지만 나에게 특별한 습관은 없었다. 다만 최근 매일 108배와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정리하고 있다. 일년 전 회사생활이 답답해 시작한 100일 글쓰기 곰프로젝트 이후 나는 꾸준히 일기 같은 글을 매일 쓰고 있다. 서평, 영화평, 드라마평, 여행기, 사회문제 등 주제에 관계없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100일 곰프로젝트 이후 블로그를 시작해 매일 한 편의 글을 썼다. 여행을 가서도 이삿짐을 쌀 때도 그때 그때 느낀 점을 정리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왜 답답해 하는 지 대충 알것 같았다.
그러나 알면서도 실천을 안 하는 것이 문제였다. 바람직한 의견은 제시했지만 정작 행동은 다르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불교대학이었다.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던 5개월짜리 프로그램에 수강 신청했고 수강 중에 108배를 시작해 오늘로 40일째 진행 중이다. 습관이 되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108배를 시작했고, 하루가 지나갈 무렵 짬이 생길 때 글쓰기를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습관이 되면 그러려니 한다. 습관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유로운 영어 사용이다. 영어로 에세이를 쓰던 지, 영화를 보던 지, 책을 읽던 지 꾸준히 해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다. 너무 욕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