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100일 준 프로젝트_테니스

테니스 공은 친 대로 날아간다.

by 나태리

강원국 작가를 비롯해 글 쓰는 많은 분들이 글쓰기 전 산책을 하면서 글감을 찾는다고 한다. 걷기 등을 통해 몸을 움직여주면 순환시스템이 활발히 작동되어 뇌에 공기가 전달된다. 산소 및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뇌의 운동은 활발해진다.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연관된 과거 기억,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현재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철학자들이 산책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테니스는 산책과도 같다. 아직 뛸 힘이 있는 나는 튀어 오르는 테니스 공을 칠 때 느끼는 쾌감을 좋아한다.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테니스는 어느덧 나의 일상이 되어 간다. 매일 같이 테니스를 꾸준히 치다 보니 남편과의 랠리가 꽤 지속된다. 하지만 야구 경기가 된 테니스를 하다 보면, 애꿎은 남편에게 이 화살을 다 돌리게 마련이다.


"당신이 매번 뜬 공을 보내니 나도 공을 띄우게 되잖아"하고 짜증을 낸다. 남자가 무슨 여자보다도 테니스를 못 치냐고 구박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공을 잘 받아주면 되는데, 나도 아직 그 실력은 안 되었던 터였다. 내가 실력이 월등했더라면 남편의 공을 다 받아줄 수 있었고 랠리는 지속되었을 것이다. 실력이 조금 차이나는 사람이 조금 못한 사람에게 짜증을 내지, 실력이 월등한 사람은 뒤처지는 사람을 혼내기보다 도와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회사에서 아래직원을 다룰 때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매일 같이 두 달 정도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공이 가라앉아 다닌다.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공이 더 이상 삑사리가 나지 않았다. 테니스에서 기본 중 기본은 첫째, 공이 날아올 지점에 가서 미리 기다리고, 둘째, 공이 최고점을 지나 내려앉는 순간 타격을 가해야 한다. 이는 내가 처음 대학 동아리에서 테니스를 배울 때 선배들이 가장 강조했던 점이다. 그러나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할 지점에 가지 않고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거나,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타격을 가하면 공이 붕 뜨게 마련이다. 미리 준비하고, 언제 행동할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왜 마음대로 공치는 것이 안 되는 걸까 탓하기보다 내가 공치는 모습을 보면 답이 나온다. 공이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것은 과학의 원리다. 테니스 라켓에 맞는 방향과 지점, 내 힘이 맞물려 결국 목표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내가 그동안 방향을 잡고 힘쓴 결과이다. 노력했는데도 원하는 목표대로 안 되었다면 방향을 잘못 잡았을 수 있고, 원하는 일은 하고 있는데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노력을 덜 한 까닭이다. 그리고 꿈을 설정하고 노력하는데도 세부적인 방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달렸을지 모른다. 단거리는 빨리 뛰어야 하고, 장거리를 완주하려면 호흡 조절을 해야 하지 않던가! 테니스에도 인생철학이 묻어 있다.


첫째, 공은 치는 대로 가게 마련이다.


공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친 방향과 힘이 보태어 날아간 것이다. 위치를 잡아 공이 내려올 때를 기다렸다가 적정한 힘을 가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다. 때로는 준비가 안되어서, 마음이 급해서 공을 미리 치는 경우가 많다.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공의 원리를 안다면 거리까지는 어렵겠지만 방향 정도는 조절할 수 있다.


둘째,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 공을 어렵게 보낼 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강한 서브와 낮은 공은 상대가 받아치기 어렵다. 하지만 강한 서브를 넣거나, 공이 네트 위를 간신히 넘기려면 네트에 걸리기 쉬워 감점을 범할 수 있다. 서브 한 번에 이기거나 기술을 부리려면 위험을 먼저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적당히 공을 받아넘기고, 다음 상황에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셋째, 주머니에 공이 담겨 있을 때, 현재 치는 공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여유 공이 있을 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할 때, 현재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 세트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선수들은 안간힘을 쓰기에 동점이 반복된다. 매일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 것 같지만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넷째, 테니스는 혼자 할 수 없듯이, 인생도 혼자 살 수 없다.


혼자서 벽치기, 서브연습이야 할 수 있겠지만 테니스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고 재미있다. 또한 상대가 잘 못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을 살리면 그 경기는 계속할 수 있다. 인생도 혼자는 살 수 없고 재미도 없다. 초보자라도 상대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좋다. 같이 더불어 가야 한다.


테니스를 치면서 인생살이를 많이 배우게 된다. 마치 치는 대로 공이 날아가듯, 우리가 생각하고 노력한 만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삶을 뒤돌아 보고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방편으로 나에게 테니스와 글쓰기는 같이 품고 살아가야 할 친구다. 테니스의 네 가지 원칙을 마음에 두면 공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인생도 방황하지 않고 제자리를 잡는다. 그 공의 세기를 조절하려면 맞는 방향과 힘 조절은 내게 달려있다. 공은 친 대로 날아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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