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00일 준 프로젝트_수영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다

by 나태리

인근 새로 오픈한 수영장에 추첨에 당첨되었다. 월수금 저녁 8시에 강습이 있다. 직장 근처라 사람들 만날까봐 두려웠지만 수경을 절대 벗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추첨에 임했다. 나는 운이 좋은 가 보다. 3대1의 경쟁률을 뜷고 당첨이 되었다. 골프를 어설프게 치다가 다친 팔에 무리가 갈까봐 테니스는 엄두를 못내고 일단 수영으로 만회해 본다. 하지만 수영도 접영은 하지 못하고 상급반에서 맨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아무래도 반을 바꾸어야 할 듯 싶다.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했는데 경쾌한 음악에 아쿠아빅 체조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준비운동이 끝나자마자 전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수영을 해댔고 오랫만에 정규라인에 선 나는 내 페이스를 잃어버려 중간에 자주 멈추어야 했다. 수영에서는 잘 못할 경우 맨 뒤로 빠지는 것이 관례라, 나는 맨 뒤에 서서 사람들을 따라 다녔다. 잘하지 못하니 더욱 빠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그래도 일을 끝내고 새로 오픈한 수영장에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니 기분은 상쾌했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순서가 가장 공정하게 느껴진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수영을 잘하는 순서대로 정해진다. 앞에서 잘 이끌지 못하면 뒤에 따르는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에 무조건 앞서 나가야 한다. 자기 페이스 보다 무리하다보면 끝까지 나아갈 수 없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받지 않으려면 뒤로 빠지는 것이 상책이다. 수영복만 입은 상태에서 나의 능력을 표현하는 방법은 옷도 돈도 부모 찬스도 아니다. 오로지 수영실력이다. 순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키우고 강습을 빠지지 않고 강습 전 미리 준비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한달을 먼저 다닌덕에 맨 꼴지로 하다가 이번 달에는 몇 단계 올라갔다. 뒷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있는 만큼 팔과 발을 저어댄다. 문득 사회도 수영장과 같다면 사람들이 덜 허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수영 실력이 안좋아서 뒤에 처지는 거라면 억울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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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1주년 세리머니_1.5킬로미터_50분


작년 8월부터 수영 상급반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 때 자유형을 처음 배우고 4-5년 전 수영 클래스를 7-8개월 다닌 것이 전부다. 1년 전 수영장을 오픈한 날 자유형, 배영, 평형, 접형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상급반으로 배정을 해주었다. 수영을 오랜만에 시작한 터라 맨 꼴찌로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중급으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강사님이 그냥 있으라고 했다. 출발은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도착할 때는 모두가 나를 기다렸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니 잘하는 사람들은 연수반으로 올라갔고 중급반에서 올라온 사람들과 같은 반이 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자신 있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급반에서 9개월째 머물렀더니 강사님이 나를 연수반으로 내쫓았다. 두려운 마음으로 연수반에 올라갔고 상급반에서 그랬듯이 맨 꼴찌로 앞사람 꽁무니를 쫓아갔다. 선두에 잡힐 정도로 수영 속도는 느렸고 상급반으로 내려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잘 따라 하시잖아요'라는 강사님의 말 한디에 자신을 얻고 한 달을 꾸준히 다녔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자유수영을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했다. 1.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하다보면 엄마 배속에 들어가 있는 듯 편안해 졌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그 편안함은 수영을 어느정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그러는 사이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연수반에서도 앞사람을 잘 따라다닌다. 너무 빨리 가면 속도 조절을 할 때도 있다. 춥고 일이 많은 날은 빠지고 싶지만 끊임없이 참가했다. 그런 나를 격려해 주기 위해 빨간 줄의 미러 수경과 보라색 줄무니가 그려진 수영복도 구입했다. 연수반에서 남색 수영복은 나만 입고 있었다. 모두들 형광색, 보라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연수반으로 갈수록 수영복이 화려해진다. 다음 시간에는 나도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푸른 물결을 거슬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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