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에필로그

즐거운 항해

by 나태리

1.5킬로미터_50분

자유수영을 가다. 거의 쉬지 않고 50분에 30바퀴를 돌았다. 끝날 무렵 물속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 태아 때 물속에 있던 기억을 하는 건가? 자연에, 상황에 나를 무방비로 내놓아본다. 힘들게 느껴졌던 연수반도 이제 점차 적응해 간다. 물론 처음 자유형 준비운동에서 나의 발을 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고, 목표 바퀴 횟수보다 늘 한 바퀴 덜하긴 하지만 말이다. 꼴찌에서 시작한 내 위치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중간쯤에 이른다. 초반에 너무 힘을 뺀 사람들은 뒤로 낙오된다. 빠르진 않지만 끝까지 달려가다 보면 내 위치는 어느새 중간인데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무리한 탓에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순위 경쟁이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내 속도로 뛰다 보면 처음에 무리한 사람들이 점차 뒤로 밀리면서 전체 순위에서 앞서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처음에 앞서 나가던 사람들이 무리해서 병에 걸리고, 사고가 나면 결국 남아 있는 사람이 승자다. 이제는 100세도 아닌 120세 시대, 내 속도로 즐기면서 가면 된다. 잘되면 좋고, 그냥 내가 이 순간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 자체도 좋다. 수영도 일단 거의 한 시간 동안 물속에서 힘들지 않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뿌듯하다. 몸무게는 그대로라도 변하는 체형에 자신감을 갖는 것 자체가 좋다. 아닌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더욱 좋다. 남 평가에 휘두르지 말고 그냥 한 팔 한 팔 저어보는 거다. 수영이 그렇다.


100일 프로젝트를 하는 1-2년 동안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새치, 노안, 오십견, 기억력 저하 등 신체의 변화에 따라 나이 듦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당황했던 것 같다. 대학만 붙으면, 직장만 잡으면, 집만 마련하면 모든 걱정이 해소될 것 같지만 경제, 건강, 자녀 문제 등 끊임없이 걱정은 찾아온다. 그것이 인생인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우연히 글쓰기로 시작한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테니스, 수영, 마라톤 등 육체 건강뿐만 아니라 108배로 정신 수양, 영어나 독서를 통한 지적 호기심까지 꾸준히 채워나가고 있다. 일단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인증하는 이 3단계를 100일 동안 꾸준히 한다면 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다. 이것저것 잘하는 사람들의 비법이 아니었나 싶다.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많았지만 일만 벌이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벌려 놓은 일들을 하나하나 숙성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100일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가장 곁에 있었던 지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이 세상에 살다가 가는 것이 별거 아닌 반면, 하루하루가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주변에서 은퇴하시는 분들을 보면 혼자서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적, 지적 부분을 골고루 배합해서 만든 나의 인생 오우(다섯 가지 벗)는 앞에서 계속 언급했듯이 독서 후 글쓰기, 테니스, 마라톤, 수영과 영어 공부가 될 것 같다. 미술, 자전거, 여행 등 다른 취미가 더 생길지 모르지만 이 다섯 가지와 연관된 활동으로 하루를 충만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100일 동안 계획을 세워서 한번 실행해 보자. 다른 삶을 즐기는 나를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호랑이 아줌마가 뒤늦게 마늘을 먹고 웅녀가 되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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