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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my little cabinet
Apr 04. 2023
4. 드디어 런던!
런던에서의 첫 주
남편
은 2013년 8월 영국으로 떠났다.
엄마아빠의 레이더가 조금
둔해졌다.
밤늦게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잔소리가 덜했다.
싱글도
아닌
것이 유부녀도 아닌 것이
한두 달
은
정말
좋았다.
약 7
개월
정도의
롱디 신혼기간
이 시작되었다.
붙어 있을 때도 투닥투닥거렸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또 투닥투닥거렸다.
근무가 끝나고 한국 시
간
으로
저녁 즈음 영국으로
전화를 건다.
런던은 새벽 시간이었다.
업무 시간에는 통화를 할 수 없
는
나를 배려해줬으면 했다.
잠깐
이라도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전화연결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너는 왜
받지
를
않는 것이냐!
지하철이라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
인터넷이 잘 안터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아니 도대체 지금이 2013년인데
지하철에서 전화가 안 터진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202
3
년인
지금도 지하철에서
전화를 할 수 없다.
남편
은 소곤소곤 전화를 받았다.
말 좀 크게 하라
고 짜증섞인 말들을 내 뱉었다.
그때만 해도 룸을 쉐어하고 있던 터라.
자기 전화 소리가
옆방에서 다
들린단다.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살아보니,
영국의 집들은
(지은지 기본
100년 정도??)
옆
방
에서 기침하는 소리
까지
다 들린다.
드디어
2014년 1월 29일 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이런 이별은 생전 처음이었다.
좌석에 앉자마자 엄마에게서 온
마지막 문자를 읽어 내려가며
12시간 비행 내내 수도꼭지
를
튼 것 마냥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남편
을 마주했다.
그런데,
이 사람
.
낯. 설. 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용감했다.
뭘 믿고 어쩌자고
거기까지
따라
나
섰을까.
사랑했나.
런던의 1월은 축축했다.
비에 젖은 거리,
고인 빗물에
사방팔방 반사되는
가로등
불빛.
그 길 위를
내
달리는 블랙캡.
어둑한 밤이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피곤했고. 긴장됬고. 어색했다.
남편
은
바터씨 브리지 건너
에
어떤 음식점으로 나를 데려갔다.
밤 중에
걸. 어. 서.
10년쯤 살다 보니 그 정도 거리를 걷는 건
일도 아니
지만,
그때의
나는
12시간 비행을 하고 좀 전에 런던에 도착했다.
비행 내내 울어서 눈은 퉁퉁 불어있었고 머리도 아팠다.
남편의
이 배려 넘치는 스케줄.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설상가상.
늦은
시간
레스토랑
문
은 닫혀 있었고
다시 밤거리를
터덜터덜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내 손으로
밥을
해 먹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런던에서
우리의
첫
식사.
내가 해주고 싶었다.
러기지에 곱게 모셔온 미역을 불려
미역국을 끓였다.
당연히 맛이 없었다.
남편
은 아직도 이걸로 나를 놀려먹는다.
모든 게 낯설었다.
딱딱한 침대.
으슬으슬 추운 밤.
바껴버린 시차.
게다가 낯선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자야 했다.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
쉽지 않은 시차 적응에 두통이 생겼다.
약을 챙겨먹고 잠깐 눈을 붙혔는데
길을 잃고
Pimlico 역에 갇히는
악몽
을
꿨다.
다음날,
남편
은 나를 데리고
아이
이케아에 갔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뭘 사겠다고
물건을 고를
때마다
온갖 이유를 대며 물건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결국
돌돌이와 콘센트, 옷걸이 몇 개를 산 것 같다.
이때부터
스쿠르지의 냄새를 풍겼다
.
그리고는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에 들러
한국 음식 재료
를
사고 한국음식도 먹었다.
(
나
는
방금 한국에서 왔는데
...)
그
다음 날은
나를 학교에 데려갔다.
하이드파크를 걷고, 친구들도 소개해줬다.
그리고 펍에서 술도 한잔 마셨다.
그렇게 3일을 보낸 나는 결국 병이 났다.
반년을 떨어져 지내다
드디어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었겠지.
이것저것 먹고 싶었겠지.
'
남편!
너도 나 많이 기다렸구나!'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모든 게
서운하고 억울하고 슬프고 외롭고 그랬다.
그냥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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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 년 차, 육아 6년 차. 런던살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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