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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맘 추스르기

불완전한 맘 추스르기!

by 신정수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을 통해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바로 세계 그 자체이다. 모든 제대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거나 뚫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알에서 나온 새는 신에게로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다름 아닌 ‘아브락사스’이다.”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아브락사스’라는 것은 선과 악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신이며, 이들을 모두 통합한 완성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완성체는 항상 자기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려 하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에 충실하여 자아를 제대로 발견하고 또 깨달아야 만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미움), 존경과 멸시 등 다양한 개념들이 서로 대립되고 있다. 그리고 은연중에 우리는 선이 좋고 악은 배척해야 하며, 증오는 미워해야 하고 사랑은 많이 해야 하고, 멸시는 나쁜 것이며 존경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라. 악이 없으면 선이란 단어는 필요가 없을 것이며, 증오가 없으면 사랑이라는 단어도 의미가 없을 것이고, 멸시가 없으면 존경이라는 개념 또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아브락사스’라는 것은 결국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되는 이원성의 개념을 통합하는 의미일 것이다. 즉 선이 악을 낳고, 악을 반성하면 다시 선이 이루어지며, 시작이 곧 끝으로 연결되고 끝은 다시 시작으로 연결되며, 씨앗이 곧 열매로, 열매는 다시 땅에 떨어져 씨앗이 되는 연속적인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브락사스는 단순히 두 가지의 개념이 합쳐진 의미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개념이 합쳐진 후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켜 ‘ 완성으로서의 개념’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선과 악이 너무 다투거나 미워하지만 말고 지혜롭게 공존을 하면서도 네 삶의 원하는 가치를 잘 이루어 나가는 세상, 어둠과 빛이 서로 공존하면서도 상호 대립하지 않고 절절히 조화를 이루어 나가면서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세상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인간 세상에 ‘완벽’이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신의 피조물인데, 인간이 만들어 낸 피조물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불완전함’ 자체가 또 하나의 의미이기도 할 것이므로, 이 또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즉 인간 그 자체가 불완전한 객체이므로 그 피조물들은 당연히 불완전한 것들일 것이고, 인간이 무리하게 완전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불완전한 객체가 완전한 그 무엇을 원하고 추구한다는 자체가 부조리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비난하거나, 자신만이 완벽한 체하는 등의 위선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사회는 보다 포용적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악행을 처벌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지나친 비난은 하지 않는 사회, 깨끗함을 추구하되 더러움도 미워하지 말고 잘 닦아낼 줄 아는 사회, 모든 생명 그 자체를 소중하게 인정하려는 동행과 공존의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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