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이전에 신뢰가 먼저다!
거래 이전에 신뢰가 먼저다!
거래(deal, trade)라는 것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재무(자산, 부채, 자본)나 무형의 가치 상태에 변동을 가져오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이다. 신뢰는 그야말로 부가가치가 이동해가는 모든 경로상 서로 간의 약속이나 믿음과도 같다.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자주 카페(커피 전문점)에 들른다. 커피 1잔과 빵이나 케이크 1조각을 시키면, 보통 식사 후 사용하라고 물티슈 한 장이 들어가 있는 작고 납작한 비닐팩 하나를 같이 준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한 브랜드의 전문점은 커피나 음식뿐만이 아니라, 그 물티슈의 질(質)마저도 매우 훌륭하다. 또 다른 어떤 브랜드의 매장에서는 물티슈의 냄새가 독하고, 간혹은 비닐팩 내부에서 알코올이 증발하여 살짝 부풀어 올라와 있는 상태인 것도 많다. 이런 매장은 커피의 맛이나 빵과 케이크의 맛, 직원 서비스의 수준 또한 2류 혹은 3류 수준인 경우가 많다.
대개의 경우 하나의 서비스가 좋은 매장은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다른 서비스도 좋은 경우가 많고, 하나가 나쁜 매장은 전반적인 그 물품의 질이나 서비스가 대부분 나빠서 더 이상 그 매장에 가기 싫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커피 전문점의 예를 들어서 좀 더 살펴보면, 그 가게의 신뢰를 결정짓는 요소는 커피나 음식 자체의 맛, 가게의 분위기, 매장 직원의 친절도, 가게의 위생이나 청결도, 전반적인 서비스의 정도, 물티슈나 수전(수돗물 꼭지), 심지어는 접시나 커피잔의 품질 등 매우 다양하다.
어떤 매장은 이런 것들 어느 것 하나 신뢰가 안 가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최고인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자연히 신뢰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우리는 크든 작든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일단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최고로 할 생각을 하여야 한다. 고객을 최고로 모시려면 스스로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당연히 최고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고라고 하여 꼭 돈이 많이 들어가고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고객을 최고로 대접하려는 마음가짐와 정성, 소통 등이 더 근본적 요소인 것이다.
물론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면 원가가 올라갈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원가나 사정을 슬쩍 공개해주면 고객이 충분히 수긍할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친절이나, 서비스 등에는 돈이 별로 들어가지 않고, 주로는 판매원이나 주인의 마음 자세와 정성에 달린 문제이다.
모든 거래에서는 신뢰를 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서로 간 신뢰라는 것은 점점 여러 거래를 통해 쌓여 나가는 것이며,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의외로 신뢰가 깨어지는 것은 하루아침에 초래될 수도 있으니 모든 거래에서 극히 조심하여야 한다.
우리가 돌탑 하나를 쌓는다고 하여도,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탑을 만들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때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공든 탑을 한 번만이라도 잘못 건드리거나, 잘못 다루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신뢰도 이와 똑같은 것이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쌓아 올려야 하는 것이고, 다 쌓았다고 결코 한순간도 방심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사람 간이나 친구 간에 약속을 한다고 하여도 어떤 친구는 신뢰가 매우 두터워서 무슨 말을 하여도 다 들어주고 싶은 친구가 있는 반면에, 어떤 친구는 어떤 말을 하여도 왠지 달갑지 않고, 부담이 되는, 그야말로 신뢰가 매우 부족한 친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라는 것은 여러 거래나 경험적 행동을 통해서 쌓여서 축적되어 나가는 것이다.
친구와 내가 많이 만나서 신뢰감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나눌수록, 약속을 많이 지키면 지킬수록, 무언가 도움을 주면 줄수록, 내가 친구를 위해 다소 희생해주면 희생해 줄수록 신뢰의 깊이는 더 깊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신뢰의 깊이가 매우 깊다면 그만큼 깨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정성을 다해 견실하게 쌓아 올린 탑일수록 그저 빨리빨리 쌓아 올린 탑보다 비바람에 잘 견디고, 잘 무너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신뢰의 저편에는 또 한편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무언가를 줄 때, 받을 것부터 먼저 생각하고 가벼이 처신하거나, 그 대가를 못 받을까 봐 염려하는 마음이 생겨 안절부절못한다든가, 내가 준 것 이상으로 무엇을 바란다든가 하는 좁고 작은 생각들은 결코 좋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신뢰를 쌓아나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리면, 사람이 따먹기에 불편한 위치에 달린 홍시에 대해서는 일부러 손을 잘 대려 하지 않았다. 모조리 감을 다 수확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당연히 100퍼센트 채취를 할 수 있을 것이겠지만, 따기가 불편한 장소에 달린 홍시는 이른바 ‘까치밥’이라고 하는 전통으로 까치나 주변 동물들에게 기꺼이 양보하였다.
이렇게 일부러 남겨 두는 까치밥을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의 삶의 넉넉함과 여유를 느낄 수가 있으며,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모두 취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주변과 여유로이 신뢰를 쌓아가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모습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