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의 계절

자두청과 자두 에이드

by 덕택

여느 주말과 같이

영화 한 편으로 마무리하던 밤이었다.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보고 난 뒤엔 리뷰를 찾아보며 내가 놓친 부분을

재발견하고, 나와는 다른 해석을 읽는 시간을 즐긴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영화 리뷰 대신 전혀 엉뚱한 걸 찾아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화 속 몇 초 등장했던 자두 에이드.


과일청을 종종 만들고,

생과일을 비롯해서 사탕, 젤리, 음료 뭐든

자두 맛은 다 좋아하는데… 왜 그동안 자두 에이드를

만들어 먹을 생각은 못 했을까?

영화 속 자두 에이드의 장면이 충격적인 반전 영화를

본 것만큼이나 강렬하게 남았다.


그날 이후 자두의 계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여름을 기다린 적이 있었나 싶다.

그리고 드디어, 애타게 기다리던 자두의 계절이 왔다.

아직 7월 중순인데 벌써 세 번째 자두청을 담갔다.

얼음을 채운 잔에 탄산수와 자두청을 듬뿍 넣어

마시면… 말해 뭐 해,

새콤하고 달콤하고 향긋하고 청량한,

그냥 딱! 여름 그 맛이다.


아직 계절의 초입이라 그런지 자두 에이드 한 잔에

“상큼하네, 청량하네” 같은 팔자 좋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마 습하고 축축한 장마철을 지나 펄펄 끓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자두 에이드고 뭐고, 하루라도

빨리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랄 테지.


그래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한 자두 에이드는

내게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를 만들어줬고,

이제는 여름이 끝나는 게 아쉬워지기까지 한다.


지금이 아니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올해도 원- 없이, 더 열-심히 마셔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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