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가 플랫폼 안팎으로 이슈몰이 중입니다.
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은 늘 있어왔지만 최근 인기를 끈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를 보면, 범죄 프로그램의 양상이 보다 '고자극 리얼리티' 쪽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TT의 높은 수위가 실제 사건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 거죠.
이러한 '고자극' 트렌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때 <문제적 남자>, <더 지니어스>처럼 시청자들도 머리를 쓰면서 시청하던 두뇌형 예능이 인기를 끌었던 것 기억하시죠?
그러나 최근의 화제작들을 보면, 보다 원초적인 쾌감을 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피지컬: 100>이 있고요.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도파민 자극 제대로였던 <솔로지옥>, 그리고 일반인 출연자의 이런 모습까지 내가 알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던 <환승연애2> 까지. 모두 원초적인 '고자극 쾌감'의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드라마도 비슷합니다. 사실 구독자 여러분 중 "나 유튜브 좀 본다" 하는 분들은 이미 아실 거예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주제는 단연 '참교육'입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와 즉각적인 응징\을 다루는 참교육 클립들이 늘 인기를 끌고 있죠.
CJ ENM 예능/드라마 유튜브 채널 한 곳에서 관련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이 채널은, 개설 이후 3년간 472개의 '참교육' 주제 영상으로 약 1억 7천만 회 가량의 누적 조회수 기록 중)
'참교육'을 주제로 한 클립은 일반 클립에 비해 더 강하게 시청자들의 클릭과 구독을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참교육' 장면이 있냐 없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참교육 클립을 가장 많이 보유한 tvN 드라마 <빈센조>의 경우, '댓글'과 '좋아요' 같은 고관여 시청 행위가 참교육 클립에서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조회수도 4배 차이)
위와 같은 추세는 콘텐츠를 클립, 쇼츠로 짧게 짧게 소비하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1분짜리 짧은 영상이 주는 만족감이 더 즉각적인 자극을 추구하게 하면서, 단순한 선악 구도와 즉각적인 응징에서 오는 '도파민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CJ ENM 유튜브 채널에서 제목에 '참교육'이 포함된 조회수 상위 10개 영상을 뽑아봤더니 공통점은 바로 '속전속결'이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명확한 응징 대상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오직 복수를 위해서만 움직이죠. 알고리즘을 타고 우연히 들어온 시청자도, 드라마 맥락을 모르는 사람도, 빠르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건, 참교육 응징 방법 역시 지극히 원초적이며 자극적이라는 겁니다.
인기 참교육 영상의 절반 가까이가 '더 센 등장인물의 폭력'으로 응징을 가하며, 제압 당한 대상이 굴복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사이다'를 외칩니다.
또한 참교육의 대상이 절대적인 악인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자의적이고 단편적인 기준에 따라 빌런으로 설정되는 경향이 있죠. ☠️ 이로 인한 빈약한 정당성은 여러 시청자들의 공감 댓글로 퉁쳐지면서, 주관적 악인이 댓글창을 통해 공공의 적으로 쉽게 둔갑하곤 합니다.
댓글창에 "대리만족" "통쾌하다" "시원하다" 외치며 참교육을 행하는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다'라고들 하잖아요. 요즘 현실의 상황이 그만큼 답답하다는 걸 반영한 걸까요?
실제로 사회적, 경제적 안정기에는 시청자들이 현실적인 결말이나 배드엔딩도 소비할 마음의 여유가 있지만, 모든 게 불안한 시기에는 답답한 현실과 상반된 '사이다 스토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에 시청자들이 광분한 이유도 여기 있죠. 비현실 그 자체인 대리만족 사이다 드라마가 마지막회에 갑자기 '찐현실'을 보여줘버리니, 시청자들의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요즘 시청자들은 옛날처럼 주인공이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마지막회에 부랴부랴 갈등이 해소되는 스토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매회 해결하고, 응징하고, 성취하며 끝나는 이야기를 원합니다.
또한 요즘 같은 소득 감소의 시대에는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성취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자아의탁하는 대리 성취감, 댓글 한 줄로 느끼는 우월감 등 적은 노력으로 쉽게 도파민을 얻으려는 시도인 거죠.
앞으로도 짧은 영상 소비 트렌드는 심화될 것이고, 사회 경제적 불안감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쾌감', '고자극 중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루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포맷은 변주하면서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냥 생각해 봐도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 <PD 수첩> 등등 많은 프로그램이 떠오르네요!
유튜브에서도 이런 사건 탐구형 콘텐츠는 마찬가지로 인기인데요. (대표적인 범죄 스토리텔링 채널 '디바 제시카'는 누적 조회수 10억 회를 돌파!) 오늘 소개드릴 채널은 '썸머썸머'입니다. ✨
'디바 제시카' 채널과는 다르게 '썸머썸머'는 메이크업 그리고 미국 일상 브이로그로 채널을 시작했는데요.
최근 이 채널의 인기 라인업은 다름 아닌 '범죄 사건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연관 검색어로도 그 인기를 알 수 있죠. (왼쪽 사진)
'썸머썸머'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요. 그녀가 실제로 뉴욕에 거주하는 만큼 한국에는 보도되지 않아 알기 어려운 외국 미스터리 사건의 정보를 찾아 해석까지 빠르게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과장을 일삼는 '렉카 채널'의 콘텐츠는 거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에, 팩트를 조리 있게 전달하는 채널들이 잘 소비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나아가 똑똑한 소비자들은 유익한 댓글을 남기면서 콘텐츠의 질을 더 높여주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채널에 좋은 댓글..♻️)
최근 '썸머썸머' 채널에서 <아이다호 대학생 살인사건>으로는 무려 3개의 영상이 제작되었습니다. 의문점이 많았던 만큼, 조사 도중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빠르게 정리해 주며 한국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줬는데요! 그 마지막 영상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