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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08)

가자. 나만의 세상으로.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다른 무리들이 잠든 밤. 

난 미리 정해둔 가장 높은 바위가 있는 산의 방향으로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내가 뛸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그 산의 방향을 향해 무작정 달려나갔다. 

이제 정해진 길은 내게 없다. 

우리 무리들의 누가 정했을지 모르는 원래 있었던 그 길은 내겐 없다. 

이 길은 나만의 길이다. 

나 혼자만의 길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목이 말라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을 마시던 때 나 말고 다른 무리들의 냄새를 맡았다. 

처음 보는 동물들이다. 

그들은 반짝이고 날카로운 눈을 가졌다. 

무리의 수가 많아 보였다. 

반짝이는 눈들이 별들만큼 많았다.  

그리고 마치 몸을 진동해서 내는 소리를 길고 낮게 내었다. 

그 소리가 위협적이었다. 

숨이 헐떡거리지 않을 때까지만 기다렸다. 

아주 천천히 움직여 목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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