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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우울은 그저 함께 하는 동반자인 것을..

우울하기 때문에 우울하지 않다.

by 김파랑

우울하다고 징징징을 20편이나 썼다.

웃기게도 우울하다고 글을 쓰다 보니, 우울할 거리를 찾다 보니

우울이 없어진 것 같다.

아마도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소재가 될 만큼 우울한 일은 인생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살만한 이의 가벼운 마음이 할 일이 없으니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었을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다 우울했고 그렇기에 일주일에 3편은 거뜬할 정도로 우울을 주제로 오랫동안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잠시 기분이 내려앉을 때마다 글감이 될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승전결을 생각하기에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라 소재로써 탈락이 되었다. 동시에 그 우울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서 탈락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중에는 이것도 우울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건 아니지... 이것도 아니지..'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떠한 감정이란 것은 잠깐씩 스쳐지날 뿐이고 숨 쉬는 것과 같은 것임을 알았다. 내가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글을 써 내려가며 알았다.

우울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감정이 자연스러움으로 변했고 가벼워졌고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도 결론이 이럴 줄 몰랐다.

그저 한 번씩 멜랑꼴리 해질 때면 감정이 북돋아 올랐고 그래서 지금의 나를 적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 감정을 잡아 하얀 백지에 옮겨둘수록 점점 우울과 멀어지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편씩 20편을 올렸으니 게다가 가끔은 한주를 건너뛰며 언 반년동안 우울이라는 실체 없는 실체와 씨름한 셈이다.

우울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온갖 사소한 것에 마음이 가라앉음을 느끼고는 우울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밝은 모습 뒤에 모두 나 같지 않을까 싶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감정 때문에 좀 삶이 힘든가라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구겨긴 감정을 조금씩 펼쳐서 반듯하게 적어내다 보니 별거 아닌 것임을 깨달았을 뿐이다.



우리 인생이 다 이런 것 같다.

마주해보지 않으면 다 안될 것만 같다. 먼가 매우 힘이 드는 것 같다. 막연하게 두렵기만 하다.

막상 부딪히고 마주하면 그렇지 아니하다.

생각보다 별것 아니다.

별것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것 아닐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진짜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도 그저 언제 찾아왔었나 싶을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도

했던 것 같다.


우울을 친구라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정말 우울증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던 지난날의 나와는 사뭇 다르다.

우울은 그저 미소와 같은 것이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한 번씩 평생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이 진짜 태풍이 아니라면 나는 말할 것이다.


"너 또 왔니...

잠시 뜨거워진 나를 식혀주고 어서 스쳐 지나가렴.."


우울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했고

우울감이 없어 마지막 이 편을 쓰면서 더욱 뿌듯하다.

친구라 생각하고 그저 잠시 스쳐가는 가벼운 친구처럼 여기기를..


세상 살기가 힘든 모든 감정적인 이들이 함께 느끼고 편안해 지기를 바란다.

감정이 있기에 우리는 우울하고.

그래서 우리는 또 우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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