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먹고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오늘도 나는 절제를 하지 않고 와인을 마신다.
그리고 먹고 싶은 간식과 음식들을 줄줄이 꺼내어 먹는다.
아마도 아침이면 또다시 정신 차리고 운동으로 얼굴의 부기를 빼려 할 테지.. 뱃살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려 할 테지.. 만약 컨디션이 나빠진다면 조금 후회는 하겠지..
그러나 먹을 것을 참기가 참으로 어렵다.
세상 참아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맛있는 음식까지 다 참아내며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내가 외모로 먹고살아야 하는 연예인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먹자~!라고 외치는 악마의 아주 합리적인 주장이다.
와인을 먹고 드라마를 본다.
이것이 내 하루의 유일하게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면 맞겠다.
가족들과 북적북적, 건강하게 하루를 보낸 아이들이 조잘조잘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지만 모든 외부적인 것들을 뒤로 한채 온전히 나 자신의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노라면 이것이다.
가슴 찡한 드라마가 한편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다.
울을 일도 없고 웃을 일도 없어지는 어른들의 삶에 유일하게 눈물과 웃음을 주는 것이 나에게는 드라마이다.
그리고 와인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우아하게 고급와인을 마시며 근사한 와인안주를 곁들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누누이 깨닫는 것이지만
나는 촌스럽고, 진짜 행복은 남들이 보기에 그리 우아하지 않은 것들이다.
아주 풍미가 깊은 와인은 나에게 맞지 않고 나는 가볍디 가벼운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을 즐겨 마신다. 다행히도 이것이 가격도 저렴하다. 매일매일 즐겨 마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거기에 안주라고 하면 매일 바뀌지만 단백질 식사를 충분히 한 뒤에 초콜릿과자를 먹거나, 달달한 것이 질리면 불닭볶음면까지 곁들인다. 매운 음식이 들어가면 다시 치즈를 조금 먹거나 달걀프라이를 해 먹고 다시 해로운 것을 조금 먹는다.
악을 먹고 선을 먹고 그렇게 균형을 맞춘달까...
어느 날, 어떤 드라마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두 잔 마신 와인이 얼굴까지 화끈거리도록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런 날은 두 잔에서 끝날 와인이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행히도 두 잔에서 끝내고는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낸다.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리면 다음날의 하루에 지장이 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고삐가 풀리는 어느 날은 참으로 행복한 날이다.
이상하게도 아무 일도 없던 날은 세잔이나 들어가고
이상하게도 골칫거리가 생기는 날은 두 잔이면 속이 뒤집힌다.
다행히도 행복한 날에 더 마시는 내가 되었다.
그저 마음이 따르는 데로 행동했을 뿐이다.
To be honest....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도 슬픈 드라마와 함께 와인을 곁들이고 있다. 불닭볶음면과 달걀프라이에 감자칩까지 몽땅 해치운 후이다.
이러고 나면 글이 너무나도 잘 써진다. 희한한 일이다.
드라마 찬양자처럼 들리지만 인생을 담은 드라마를 보는 것은 유익한 책 한 권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나는 감히 장담하며 말할 수 있다.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의 글은 내 마음속 깊이 무언가가 건드려졌을 때 써지니까 말이다.
배가 터질 것만 같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이 가득 차 가슴이 터질 것도 같다.
뭉클함이 넘어서 가슴이 터질 것처럼 울렁거릴 때면 주체할 수 없이 와인이 당긴다. 술을 먹는다는 것이 죄도 아니고 평생을 희로애락에 술과 함께 한 나에게는 이제는 죄책감 없이 자유롭게 먹고자 한다.
하루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먹다가 내가 슈퍼돼지가 되면 너무 뵈기 싫겠냐며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뚱뚱한 것에 관대한 그는 당연히 of course!! 아무 상관없다였다.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다만 나 자신의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을 정도로 관리는 하겠지만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게다가 한국인으로 한국땅에서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날씬하고 예쁘고 똘똘하고 야무지게 잘. 살아가야 한다는 그 압박감을 조금씩 내려놓고 싶다.
그리고 내려놓기 방법으로는 아마도 더 건강한 방법이 있겠지만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와인과 드라마이다. 누군가는 팔자 좋고 할 일 없다고 욕할 일을 하겠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하루 종일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 잠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딱 3시간만 하겠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3시간.. 결과가 어떠하든 나는 맛있는 안주와 함께 싸구려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자유로운 지금의 밤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그거면 되었다.
That's enough...
보잘것없는 음식과 와인 앞에서 나라는 사람의 머리는 깨우쳐지고... 꽃이 피어가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을 때 좋은일이 생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