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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Aug 25. 2023

나는 어쩌면 독서로 성장하고 싶지 않아

아줌마 자기 계발서

15년 전의 나는 나 자신을 너무 몰랐다.

그래서 자신감에 가득 차 세상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내가 시작만 하면 ‘나도 잘 해낼 것이다.’라는 엄청난 근자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퇴직도 강행했고 쇼핑몰을 하겠다며 동대문을 겁없이 헤집고 다녔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지했고 현재의 나는 너무나 성숙하고 똑똑해졌다. 요즘 말하는 메타인지라는 것이 높아진 거라고 그런다. 즉 나 자신을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성장하고 똑똑해져서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지했던 그때가 그립다.

아주 좋은 말로 포장하여 메타인지가 높아졌다지만 세상을 알아버리고 아니, 정확히는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하루하루 깨달아가는 과정이 마음에 큰 짐을 준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나 잘 보이고,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영역들은 확실히 못하는 게 맞다는 확신까지 든다.

자신감의 추락과 더불어 몰려오려는 우울감과 싸워내야 한다.


메타인지가 높아졌을 땐.. 쉽게 말해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게 되었을 땐.. 반드시 내가 조금이라도 잘하는 영역을 찾아내야만 한다. 근자감은 버릴지언정 합리적인 자신감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있어야 한다.

이 정신의 흐름이 아마 자기 계발 서적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생각하고 고찰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고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시작점 즈음엔 모두 나처럼 이런 고통의 과정을 겪는 것일까?


게다가 어른이 되니 나에게 충고하는 이는 많아도 칭찬해 주는 이가 너무나 적다.

그 칭찬들이 합리적인 자신감을 줄 것을 확신하건만 세상은 자신감을 심어주기는커녕 한없이 더 바닥으로 밀어내려고만 하는 것 같다.

이 바닥의 끝은 끝도 없다. 이 기분을 끝내려 자기 합리화라도 해보고자 더더욱 자기 계발 서적을 읽거나 유튜브로 그런 채널만 잔뜩 구독했다.

그 이야기에 나를 집어넣으면 조금은 살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결국은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는 자기 계발에서 이어진 자기 성찰은 나를 성숙하게 했고 그 성숙은 자신감이 결여된 메타인지 상승으로 이어져 현실과 정갈하게 부딪혀야만 했다. 무지했던 그때가 그립고 아무 생각 없이 근자감만 가득한 그때가 너무 그리웠다. 적어도 그땐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니..


그래서 진짜 현실적인 나만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엄마만의 숨구멍. 하지만 삶에 치여 사는 우리 엄마들은 정작 자기의 숨구멍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 물론 육아도 취미도 모두 소화하며 삶의 균형을 잘 찾아가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에게 맞는 산소호흡기를 찾아내는 것도 큰일이 되고 그것마저도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 같았다.


어릴 적 취미를 적는 칸에는 그저 가장 평범한 독서만을 그렇게 적어댔다. 살아가면서 왜 그렇게 취미를 묻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사실 진짜 취미는 tv시청인데 솔직하게 쓰지를 못한다. 그것을 취미라 하면 마치 내가 조금 나약하고 게으르고 모지란 사람으로 볼 것이라는 세상 분위기 때문일까? 맞다. 남눈치 보며 살아가는 인생이라 당당히 tv 보기 하나를 쓰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왜 취미이야기를 하느냐고?

바로 그 취미가 우리들의 숨구멍이 되기 때문이고 그 범주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숨구멍이 되면 안 되는 것은 아마 범죄를 저지르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뜬금없이 말하자면 나의 삶의 숨구멍은 tv 보기. 그중에서도 드라마 보기이다.!!

의미 가득하고 참신한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현할 힘도, 그래서 좋아지는 기분으로 진짜 실행할 기운도 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시키는 대로 성장하려고 하면 그 끝은 사실 비참하다.

자기 계발도 나의 상황에 맞게, 나의 생각에 맞게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절대 어디에서도 자기 계발의 영역에 네플렉스 보기나 유튜브 보기를 하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요즘에는 엄청나게 많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양질의 것도 음질의 것도 함께 많아졌다. 선별하는 힘이 필요한데 취미로 엄청나게 많은 드라마들을 보다 보니 1편만 보아도 양질의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나에게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너무 깊어져 성장과 함께 고통의 시간도 늘어났다면 드라마 한 편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는 것은 내 삶에 원동력을 주는 진짜 자기 계발서로 커스터마이징 되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영상중독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사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중독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나는 자기 계발서적으로 그런 세상의 뻔한 방법으로, 그것도 시간을 쪼개어 힘들게 힘들게 성장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자연스러운 성숙.. 즐거운 성숙.. 그런 길로 나를 인도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즐거운 드라마를 많이 보는 어찌 보면 철들지 않는 모습의 나로 남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철부지적의 자신감을 얻어낸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더 쉽게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질 수도 있을진 몰라도 적어도 1인 3역 배우 아줌마에게 모두의 자기 계발 영역인 독서는 참으로 가혹하기에 ’ 즐거운 웃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는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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