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으로도 예쁘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신나게 달려왔을 너희들. 손을 씻었는지는 알 수 없다만 하얀 상자에서 타르트 하나를 꺼내어 내민다. 잠시만 기다려봐. 교실엔 접시도 없고 그 흔한 비닐팩 하나 없으니 휴게실로 달려가 작은 접시를 하나 가져왔다.
그 사이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책상에 꺼내어 올려놓았다.
"책상 말고 여기 접시에 담아 주세요!"
"고마워, 너희들이 직접 만들어서 더 맛있겠네.
이 빠진 사이로 쑥스러운 미소와 만족스러운 마음이 퐁퐁 빠져나온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행복해진다. 가을이구나. 마음이 풍성해지는 가을. 아이들 덕분에 가을날의 너그러움을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먹기도 전에 벌써 입안 가득 하얗고 부드러운 크림과 과일향을 머금은 듯 과일 향으로 상큼하게 마음까지 스며든다.
"고마워, 얘들아. 선생님이 맛있게 먹을게."
직접 만들어서 가족들과 먹을 생각에 욕심이 날 만도 한데 그 사이에 내 생각을 끼워주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다. 창밖으로 가을빛에 나뭇잎이 반짝 거린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교실 창가로 들어와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아이들의 책상을 지나가고 아이들이 남겨놓고 간 정스런 타르트가 책상 위에서 반짝거린다.
이걸 어떻게 먹지? 사진에 담아서 오래오래 눈으로 먹고 또 먹어야지.
한입 가득 입에 배어무니 새콤 달짝한 자몽 알과 키위가 톡톡 터지고, 크림이 부드럽고도 달콤하게 입안을 촉촉하게 해 준다.
'음, 맛있네.'
점심시간에는 모과를 가득 딴 교장 선생님이 가져가라고 해서 노란 모과도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그저 나누는 마음에 풍성해진다. 가을을 머금은 모과도 아이들이 주고 간 타르트도 가을이 가득하다.
#시루떡
오늘 아침엔 어머니가 해오신 시루떡이 있어서 나눠먹으려고 가져왔다. 양이 많지 않아서 휴게실에 놓고 선생님들에게 한 점씩 드시고 가시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 점 드시고도 "덕분에 잘 먹었어요.", "아까 배고플 찰나에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선생님, 떡 진짜 맛있었어요.",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하는 한마디들이 어찌 이리 따뜻한지. 별 것 아닌 것에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치킨 #삼촌찬스
오랜만에 작은 오빠에게 안부 전화를 건넨다. 잘 지내냐는 이야기. 요즘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다.
"초록이랑 봄이는 잘 지내지?"
조카의 안부를 묻는 내 아이들의 삼촌. 나의 오빠.
오빠는 전화 끝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하며 이야기를 한다.
"필요한 거 라면 예를 들어 어떤 걸 말하면 되는 거야?" 하며 웃으며 물어보았다.
"초록이가 오늘 학교 갔다 와서 기분이 000한테 치킨 하나 보내줘, 라던지. 아니면 뭐 네가 하면 어려울 이야기를 대신 좀 해달라던지."
"하하하, 그래? 삼촌 찬스를 종종 써야겠구먼. 좋네, 좋아!"
그리고 오빠에게서 바로 초록이와 대화한 카톡 캡처 사진을 보내왔다. 초록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치킨 세트를 보내준 글. 초록이가 삼촌에게 한 짧은 안부 인사와 감사인사가 담긴 카톡 메시지.
사소한 이야기로 마음이 포근해졌다. 형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든든한 내 곁에 있는 존재들. 가족이 그래서 참 좋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 한꺼번에 소소하게 감사한 일들이 마구 쏟아졌다. 그저 나는 행복을 느끼면 되는 날이었다. 그 모든 순간들에 감사를 보내며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이곳에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