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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Dec 07. 2024

새싹 인삼은 변신중

밥 속에서도 피어나다, 새싹처럼...

찬바람이 불면 코부터 빨개지고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어릴 때부터 몸이  체질이었다. 겨울이 되면  집에 있어도 발이 차갑다. 어렸을 때 엄마는 온몸이 따뜻한 엄마 뱃살, 다리 사이, 젖가슴을 내 차가운 손에게 무방비로 내어주어야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인삼을 깨끗이 씻어서 굵은 몸통은 꿀에 재워놓고 수시로 먹이셨다. 삼계탕을 끓일 때에는 인삼이 빠지지 않았다. 잔뿌리는 꿀에 찍어 입에 넣어주셨다. 꿀맛에 야곰야곰 받아먹었는데 어린 나에게 인삼은 알싸하고 썼지만 계속 먹다 보니, 즐기는 맛이 되었다. 엄마가 주셨을 때 거부했던 기억이 없다.


덕분에 나는 인삼을 잘 먹는 어린이였고, 지금은 인삼을 좋아는 어른이 되었다. 일부러 찾진 않지만 누가 한 뿌리 내어주면 인상 쓰지 않고 우걱우걱 씹어 먹을 수 있다. 한약재 냄새, 한방차를 좋아하는 것도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봄이도 날 닮아서 손발이 너무 차지만 인삼을 먹이려고 해도 절대 먹일 수가 없다.




얼마 전 카톡 방에서 새싹 인삼 구매 창이 떴다. 일반 인삼보다 사포닌의 함량이 8배 이상 더 높다고 하니, 지체 없이 사고 말았다. 얼마나 싱싱하고 인삼이 예쁜지 씻어서 꿀 한 수저 뿌려 입안에 구겨 넣고 씹으면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을 먹이려고 우유에 넣고 갈아서 주었지만 입에도 대지 않는다. 바나나 주스라고 속여보지만, 많이 속은 아이들이어서인지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


나만 건강해지고 있는 중이다. 한 번은 온가족이 사랑하는 투*더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시리얼을 넣고 새싹 인삼을 얹어 놓으니 너무 아름다운 비주얼이었다. 그렇게 예뻐도 먹지 않는 가족들 앞에서 나는 보란 듯이 아이스크림과 사포닌이 가득한 새싹 인삼을 입에 넣었다.


'음, 너무 맛있어!'


오늘은 인삼을 샤샤샥 갈아서 밥에 넣을 생각이다. 콩도 넣고 버섯도 넣어서 인삼을 숨겨 먹일 작정을 하고 있다. 작전 개시!


아침 일찍 일어나 새싹 인삼을 씻는다. 푸른 잎은 쓰거나 밥 색을 달리 만들 수 있으니 따로 떼어 놓고는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물과 함께 새싹 인삼을 갈아 넣어야지. 하지만 믹서기 소리를  막지는 못하겠구나. 아, 제발 잠이 푹 들어서 깨지 않기를! 들키면 큰일이니까. 잘 씻은 쌀에 인삼물을 넣고, 콩도 넣고 잡곡을 넣는다. 까 놓은 밤도 얹고, 샤샤샥 다시마도 넣는다. 그럼 알지 못하리라. 그 밥에 카레를 뿌려 먹을까. 새싹 인삼을 최대한 숨겨야 한다. 알지 못하게 먹여야 한다.


카레 대신 밥에 슴슴하게 무친 콩나물을 잘게 썰고 혹시나 인삼맛을 느끼기 전에 간장에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비빈다. 콩나물밥으로 위장시키기 위함이다. 떡갈비와 비벼진 밥을 잘도 먹는다. 무사 통과 되었다.

'몰랐지? 인삼밥인 거! 휴우.'



어쩌면 늘 엄마가 차리는 밥상에는 무언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야채를 먹지 않는 아이를 위해 잘게 썰고 갈아 맛있는 양념으로 둔갑시키고, 바삭한 튀김가루를 묻혀 야채를 숨겨 고소함과 바삭함으로 무장시킨다.


야채도 김치도 잘 안 먹는 봄이를 위해 자주 하는 일은 김밥을 싸는 것이다. 좋아하는 달걀에 파를 송송 썰어 파숨김 계란지단을 부치고, 어묵, 햄을 넣고 그 안에 시금치와 당근 우엉을 넣어 말아 준다. 다행히 김밥은 맛있으니 딸은 눈가리고 아웅 하고 채소 가득한 김밥을 입에 넣는다. 채소를 즐기지 않는 녀석이 김밥은 잘도 먹는다. 그러니 김밥을 먹을 땐 야채를 먹이는 데 애를 쓰지 않는다. 김밥 하나로 해결되니까.


건강에 좋은데 나만 먹을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도 뜨끈한 밥 속에 새싹 인삼을 살짝 숨겨 놓는다.

내 사랑을 가득 담아~♡ 


찾아봐라.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봐라. 안 알려주지! 찾지 못해도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아. 내 사랑은 변함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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